돌로 된 성벽이 끝도없이 이어졌다. 쥐는 제게는 거대하기만 한 성벽을 그저 올려다보았다. 언젠가는 이 성도, 그 누구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굳건한 태산 절벽의 바위와 같은 위용을 자랑하였던 적이 있었을테지. 인생무상이로구나, 나지막히 흥얼거리는 소리는 바스라지고 해진 성벽 틈 새로 스며들었다. 우선은, 그렇지. 도움이 필요한 이를 찾아볼까. 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혹여 무인의 도움이 필요하신가? 높고 경쾌한 목소리에 돌아보는 병사의 눈은 꽤 탐탁치 않아보였다. 선계인이라도 아직 모르는 사이이니 그럴지도. 그래도 나름 무인이라고, 제대로 된 부탁을 건넸다.
      병사의 부탁대로 목재 십수개를 날랐다. 목재를 받은 목수들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이 토목이 저번 난신의 습격으로 무너진 외곽 망루를 수리하는데 쓰일 것이라 답했다. 
      흐흥, 고생이로구만. 어깨를 으쓱하곤 작은 보수를 받았다. 이것으로는 무엇을 사볼까, 돌아가는 작은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고도 가볍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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