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부모님께
어머니, 아버지. 잘 지내고 있으세요? 저 라민이에요! 이걸 보고있으시다는건, 제가 죽었다는 이야기겠죠. 응, 그렇게 되었을거에요. 아직은 죽지 않았고, 무지무지 건강하지만요. 저는 잘 지내요!
다들 정말 좋은 분들이세요. 어머니가 이야기하셨던것보다 부대는 훨씬 자유롭고, 다들 정말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물론 마물도 물리치고 있고요! 저, 여기에 와서 벌써 열마리도 넘는 마물을 잡았어요. 엄청 건강하게 다치지 않고요!
...실은 거짓말이에요. 어제는 마물을 잡다가, 실수해서 큰일날뻔 했어요. 동료분이 와서 구해주시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고싶지 않아요.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정말 많이요.
어머니가 오래전에 활을 가르쳐주실때, 생명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셨던걸 기억해요. 실은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어요. 그치만 제 목숨을 건 일이라는거, 이제야 잘 알것같아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혼내시겠죠? 이전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다들 전쟁은 현실이라고 말해요.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피엔딩은 없대요. 누군가 죽을거라고, 다들 가볍게 이야기해요. 저는 아직도 어린가봐요. 얼른 자라고싶은데. 더 강해지고싶은데도 아직 멀었나봐요.
이 유서가 부모님께 전달될 때에는, 제가 정말 강해졌으면 해요. 전달해주는 분께, 제가 어떤 대원이었는지 물어봐주시겠어요? 엄청 강하고, 금세 성장하고. 훌륭한 공을 세운 멋진 대원이었다는 이야길 들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했지만 저는 이곳에 온걸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언젠가 이 유서가 전달되게 되더라도, 저는 절대절대 후회하지 않을거니까요. 정말로 기뻐요. 제가 조금이라도 영웅이 될 수 있는 길을 걸을수 있는게요.
사랑해요, 두분 다. 정말 많이.
(최근에 새로 덧붙인듯한 선명한 글이 한줄 쓰여있다.)
항상 두분이 정말 많이 보고싶었어요. 돌아가지 못해서 죄송해요.
From. 라민
To. 모두에게
안녕하세요, 저 라민이에요!
부모님께 유서를 썼는데, 쓰고 나니 여러분에게도 유서를 쓰고싶어서. 여러장을 써도 괜찮다고 하셨으니까... 그래서 적고있어요.
다들 식사는 잘 하고 있으세요? 많이 강해지셨나요? 마물들을 엄청 많이 물리치고, 매일 밤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아직 웃고 있으신가요?
유서에서 이런 질문을 드리는거, 무지무지 못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치만, 그래도 물어보고싶어요. 다들, 아직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나요? 별것아닌 농담에도 웃고, 떠들고... 하면서요.
저는 여러분들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현실은 동화가 아니라고, 전쟁에서는 누군가 죽을거라고 다들 이야기하시지만. 그래도 저는 모두가 해피엔딩이고. 다같이 진심으로 웃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이 유서를 보신다면요. 저는 아마 무지무지 만족하고 행복할테니까, 저에대해선 절대로 걱정하지 말하주세요! 히히, 저는 괜찮아요. 제 길은, 분명 다른 분들이 제 몫까지 열심히 걸어주실테니까요.
모두, 사랑해요. 영웅이 되어주세요!
(최근에 새로 덧붙인 듯, 꽤나 단정하게 쓰려 노력한 선명한 글이 덧붙여져 있다.)
내 빛들, 소중한 동료들. 더는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계속 함께하고 싶었는데. 바다에 가기로 한거, 전쟁이 끝나고 만나기로 한거. 살겠다고, 오래 살아남아 영웅이 되겠다고 한거. 약속들이 정말 많았는데, 지키지 못하게 되었네요. 그냥 이것만 알아주세요. 정말 많이 사랑하고... 여러분은 하나하나가 다 제겐 정말 소중해요. 모두의 앞날에 항상 빛이 함께하기를. 나는 분명 괜찮을거에요, 걱정마세요. 그럼 꼭 승리해주세요.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고 영웅으로... 희망으로 남아주세요.
From. 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