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밤길은 별빛마저 흡수하며 적막에 젖어들어갔다. 입가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기도는 허공에 바스라지고, 남은 것은 무거운 짐. 차디찬 몸. 저택의 형상을 한 어둠을 등지고, 길잃은 이는 숲 어딘가로 스며든 빛을 찾아 방황했다. 어둠에서 나와 어둠속으로 걸었다. 고요한 숲길은 이따금 짐승의 것과같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때마다 그는, 긴장해 지팡이를 쥐면서도 혹 상대가 제가 그리던 이일까하여 저도 모르게 나지막히 흰 이름을 속삭이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둠은 깊어지고, 고요한 밤. 방황하는 이. 그는 결국 구원을 쥐지 못한채 어둠에 잡아먹혔다.

     아, 또 지긋지긋한 꿈. 헤르베르트는 멀거니 눈을 뜨곤 제 눈가를 버릇처럼 눌렀다. 그 새 잠깐 졸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의자에 앉은채로, 옷도 제대로 벗지도 않고. 그간 모아온 자료와 지도를 훑어보던 와중에 피로가 몰린게지. 아니면 내가 늙어 기운이 없거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그는 화장실로 가 대충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금세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간이 더 늦기전에, 늦어버리기 전에. 두터운 코트 하나만 걸친채 그는 방을 나와 거리로 향했다. 코트를 입었는데도 날이 꽤나 찼다. 슬슬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는건가? 걸음마다 바닥이 차고 단단했다. 저녁 시간, 낮게 깔리는 어둠이 온기를 스멀스멀 빼앗아갈 즈음이었다. 감기에라도 걸리면 곤란하지. 코트를 더 단단히 여몄다. 이 마을에서 지낸것도 5일째, 여느때와 같이 수확은 하나도 없었다. 슬슬 다른 마을로 가야할 때가 온 모양이었다.

     사방은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그는 그런것에 원체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휴일 특유의 분위기란게 있었다. 또 시덥잖은 무언가를 하는 모양이지. 사람이 많이 모이면 그들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일이 귀찮게 되었어. 생각하며 마을을 둘러보았다. 지나다니는 이들의 얼굴, 나누는 대화, 거리에 붙은 종이. 구석의 쓰레기통 하나하나까지, 소중한 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단서하나 찾을 수 없었다. 역시 여기도 글렀던 모양이지, 나는 정말 찾는데엔 재주가 없군. 생각하며 그는 저를 스쳐지나가던 꼬마를 바라보았다. 유난히 낡고 꼬질꼬질한 느낌의 펑퍼짐한 옷. 거지인가? 부랑자들중에는 마을의 소문에 빠삭한 이들이 많았다. 거리에는 정말로 온갖 소문이 나돌았으니까. 기상천외하고 우스운 이야기라도, 그들에게는 여과없이 전부 모여드는것이다. 어쩌면 무언가를 알고있지 않을까. 아이를 불렀다.

     "너, 이 근처에 사는 아이인가?"

     낯선 이, 게다가 상대는 키큰 성인 남성인데다 이 마을의 사람도 아니다. 당연하게도 경계어린 시선을 받았다. 별로 신경쓰지는 않았다.

     "혹 이 근처에서 사람의 형상을 했으나, 무언가 다른...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들을 본적 있나?"

     항상 묻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답도 항상 비슷했다. 어딘가 정신이 이상한 이를 바라보듯하며 보며 슬슬 피하거나, 아예 미친 이냐고 되묻거나. 제정신이 아니라고 신고하러 가는 이가 아닌편이 다행일정도였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그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아이는 갸웃하더니, 히 웃고는 자신을 가리켰다.

     "그럼, 여기도 있는걸요!"
     "......네가 사람이 아니라고?"

     ...크리쳐? 이 어린 아이가? 옷이 낡은것 말고는 평범한데. 우리 말고도 누군가가 크리쳐를 만들어낸건가? 혹시 체링겐가가 또 실험을 했다면, ...... 그는 자연스레 미간을 찌뿌렸다. 생각이 꽤 길게, 두서없이 이어졌다. 그의 반응이 아이가 상상하던것과는 달랐는지, 꼬마는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무슨 용기인지, 다시 웃고는 제 양손을 그에게 내밀어보였다.

     "Trick or Treat!! 사탕 안주면, 이 무시~무시한 웬디고가 아저씨를 왕~ 잡아먹을거에요!"
     "........뭐?"
     "사탕이요! 사탕주시려고 그 질문한거 아니었... 어...... 요......?"

     사탕? 아. 그제야 그는 어렴풋이 날짜감각을 되살려냈다. 그간 날짜를 신경 쓸 이유도 없어 잊고 살았는데. 호텔의 제 방, 벽에 대강 걸려있던 낡은 달력이 떠올랐다. 오늘이 할로윈이었던가? 그는 김이 팍 새버려 마른 세수를 몇번이고 했다. 정말로 세상조차 잊고 산게지. 할로윈인것도 잊고있다가 이런 꼬마한테 우스운 꼴이나 보이고. 평소라면 이정도의 가벼운 실수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텐데, 하필 오늘의 그는 악몽까지 꾸고온 터라 꽤 기분이 저조해진 상태였다. 한편, 갑자기 불러서 이상한 질문을 하길래 대답해줬더니 이젠 멋대로 자기 생각에 빠져있는 모르는 아저씨를 보던 꼬마는, 한참을 빤히 그를 보다가 그의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 겁도 없고 속도 좋은 꼬마라고 생각했다.

     "저기, 아저씨, 사탕 없어요?"
     "없네."
     "진짜요? 할로윈인데??"
     "없다니까."
     "뭐야, 완전 가난한 아저씨네! 사탕 안주면 장난인데. 그치만 저는 착한 아이니까, 사탕을 빌려줄게요! 혹시 다른 애들이 사탕 안주면 장난친다고 하면 이거 줘요. 맛있어보여도 먹으면 안돼요??"

      제멋대로 조잘거리던 꼬마는 제 작은 바구니를 뒤지더니 흰 종이에 싸인 사탕을 건네주고는 다시 쫑쫑 제 갈길을 갔다. 저는 이제 모르는 꼬마를 불러 이상한 질문을 건네고는, 사탕도 주지 않아 되려 꼬마에게 사탕을 얻어낸 이가 되었지. 혼자 남은 그는 사탕을 꾹 쥔채로 바닥만 노려보았다. 문득 피로가 몰려와 호텔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전에 걸어올때엔 하나도 보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문을 여는 가게마다 노랗고 까만 바탕의 장식들을 색색이 내걸고있었다. 떠들썩한 소리도 이것때문이었을까. 조그만한 사신과 유령 몇이 우다다 달려가는 사이, 눈길도 주지않고 걸음을 옮겼다.

      할로윈.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의 곁으로 돌아오는 날. 결국 그 날 밤 이후, 공허한 봄과 가혹한 여름을 지나 싸늘한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 기나긴 밤을 새고 또 샜지만 자신은 여전히 소중한 이들을 찾을수 없었다. 노블바이스, 나는 왜 너를 찾을 수 없을까. 오늘이 할로윈라면, 죽은 자가 소중한 이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이라면. 그렇다면 너는 마땅히 내 곁에 있어야하는게 아닌가. 내게 이리도 소중한 이가 내 곁에 없는데, 이런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라고. 여전히 제 손에 쥐고있던 종잇조각을 탁자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잔뜩 구겨진 종잇조각 사이로 맑은 흰색의 사탕이 데굴 굴러나왔다.

     흰빛의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사탕을 입에 넣었다. 설탕을 한웅큼 집어삼킨듯 달기만 하고 아무 맛도 없는 사탕. 입속에서 몇번 굴리다가 이내 아드득대며 몇번 씹었다. 사탕은 금세 가루가 되어 목구멍너머로 사라졌다.

     그는 책상에 엎드렸다. 입안 가득 달라붙은 맛이 그를 괴롭혔다. 그보다도 가슴께가 욱신거렸다. 이게 달콤한 독이라, 이대로 녹아내려 형체도 없이 사라져 네 곁에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부질없는 소망을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내가 죽는다하여 네 곁에 갈수나 있을까. 애초에 그날 밤, 그곳에서 내 영혼은 지옥 가장 깊은곳에 떨어져 불타기 시작하였거늘. 죽은 너는 되살아났지만, 나는 지옥에 남은채로 영영 길을 헤매고있어.

      아.
      그렇지.
      죽은건 나였지. 산건 너였고.

     그는 눈을 떴다. 이리 단 독을 먹어도 죽지 않는것을 보면 나는 이미 죽었던게지. 산자가 이리 유령처럼 배회할수는 없는게야. 그리하여 나는 너를 찾아야 하고, 아직 내 할로윈은 오질 않아서. 살아있는 네게 닿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날을 찾아 헤매는게지.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날, 그 유일한 구원. 그 추운 겨울이 다시 올때까지. 헤르베르트는 할로윈을 찾아 방황할뿐이었다. 









아흑 이거 할로윈지나고 문득 떠오른 썰인데 이제야 완성을 하네요😂😂😂 일년동안 크리쳐들 찾아 방황하던 헤르베르트가 할로윈 맞이했을때 썰입니다 할로윈이… 너무 늦게 와버렸지요…… 그래도 다시 만나서 너무너무 행복했을거에요 노블바이스가 trick or treat 하면 사탕 오조오억개 사줘야지 사탕도 먹고 장난도 칠래! 해도 장난도 받아줘야하는거 아닌가요 나노사나노사,,,,(왈칵) 노블바이스 항상 사랑해요ㅠㅠㅠ!!!


'자캐 > 헤르베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에 대한 기억  (0) 2018.08.10
생각.  (0) 2018.08.10
[프로필]헤르베르트  (0) 2018.08.10


   

 
     첫번째. 그곳에서 만난 친우.


     헤르베르트 바이스는 본래부터 사교적인 이가 아니었다. 천성이 그러한 이였고, 군의관이 된 후에는 군대라는 위계질서의 공간에서 거진 8년을 살았다. 사교성이란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고, 그다지 필요도 없었다. 그가 아끼는 동료는 그와 함께 최전방의 환자를 지키던 군의관들이 전부였고, 그들은 그 끔찍한 지옥에서도 사람을 살리고자 발버둥쳤다.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던 어느 날 상부로부터 중환자는 버리고 즉각 퇴각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헤르베르트는 제가 돌보던 이들을- 아직 살아있는 이들을 차마 두고갈수가 없었다. 그는 제 친구들을 설득했다. 중환자는 그리 많지 않아. 우리가 조금만 준비하면 그들을 데려갈 수 있을걸세. 아직 살아있는 자들이야. 우리가 살려야지 않겠나. 그들은 하나같이 동의했다. 중환자들은 전부 몇년을 함께한 제 동료들이었으니까. 그들은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남아 환자들의 이송을 준비했다. 이쪽, 다리를 들어! 빨리. 시간이 없어. 얼른 이들을, ...잠깐. 무슨 굉음같은 것이 들려. 누군가 말했다. 상부에서 말한 시간보다 한나절은 빠른 때였다. 그들은 그것이 후에 폭격기라 불리게 될, 폭탄을 투하하는 비행기가 상공을 스치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야전병원은 이내 폭발에 휘말렸다. 헤르베르트는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을 때엔 그 혼자였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 병원. 그때로부터 몇개월이 지났다고 했다. 전쟁은 끝나버렸고. 그는 의병 제대와 유사한 형태로 군의관의 지위를 박탈당한 상태였다. 알량한 공훈 뱃지 하나. 전보다 나빠진 시력. 목 뒤와 손등의 화상 흉터. 전쟁이 끝난 사회에 내던져진 그에게 남은 것은 그정도였다. 그는 어느 병원의 외과의로 취직했다.
     목숨을 건 유대관계가 있는것도 아니고, 사회성도 없고. 말투는 무뚝뚝한데다 종종 사람을 볼때 미간을 찌뿌리는 버릇이 있는 의사는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동료들은 오래 지나서야 그가 퍽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를 깨달았을 테고, 그럼에도 어쩐지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란 느낌은 남았을테지. 헌데 그렇지 않은 이가 있었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때의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글쎄. 새하얀 사람이었다. 노블바이스 폰 그레이슬린. 새하얀 가면에, 장미 장식. 온통 새하얗고 내내 당당한 미소를 머금은 이. 그녀는 어느새 제게 다가와 저를 친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친우가 되었다. 가끔 그녀를 보며, 왜 저런이가 저를 친우라 불러주는가?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체링겐가의 편지를 받았을 때에, 그는 정말로 돈을 벌 목적으로 휴가를 냈었다. 체링겐가에 대한 소문은 군대에서 몇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뭐, 어느 전투에서 공을 세운 귀족가라느니. 헌데 갑자기 나타났다지. 참 이상해. 전부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그런 체링겐가에서 저에게 편지를? 잠시 고민하기도 했으나- 뭐. 거짓이라면 휴가낸 셈 치고 돌아오면 될테고. 진실이라면 그들이 말한대로 돈은 넉넉히 줄 테지. 그는 체링겐가로 향했다. 로비에 도착해, 복작복작한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흰 색을 발견했다. 언제나와 같은 흰 장미의 가면. 더욱 화려한 옷차림. 그녀는 저를 보곤 언제나처럼 친우여, 하고 인사할 뿐이었다. 왜 네가 이곳에 있을까. 주위의 이들은 온통 귀족이나- 그에 준하는 격식있는 이들만이 모인것 같았다. 제가 입은 정장은 제게 어울리지 않는것도 같아, 몇번이나 소매를 고쳤다.

     그래도, 익숙한 이가 있어서 다행이군.

     그는 노블바이스와 시덥잖은 이야기와 약속을 나누었다. 그녀는 이곳의 것만큼이나 좋은 레드 와인을 선물하겠다 했고, 그 보답으로 소풍을 가자고 했다. 간다면 어디로? 실은 어디든 좋았다. 사랑하는 친우와 함께 하는 식사가 아닌가. 원장실에서 잔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하더라도 즐거울테지. 점심 약속에 슬쩍 저녁 약속을 끼워넣었다. 그녀는 제 요리가 먹고싶다고 말했다. 그때의 그는, 제가 할줄 아는 요리중 가장 자신있는 것을 떠올리려 애쓰며 눈을 굴렸다. 그녀에게 줄 수 있는것은 언제나 미미한 것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최상을 주고싶어서.

     자네와의 인연과 요리와의 인연의 길이가 같군 그래.
     앗 왠지 질투나는군.
     .......요리에???
     요리에.
    
     질투할 필요가 무어가 있을까, 쏟는 마음이 다르거늘. 쏟는 마음이 달라? 어떻게? 얼마나? .........요리를, 쓰다듬지는 않지. 재미없는 대답이군. 그 답은 맞지만 정답은 아닐텐데. 그는 모른척 했다. 그녀는 내게 과해. 항상 과분하다. 저는 그녀를 항상 제게 과분한 이라고 생각했다. 친우로서도, 그 이상으로서도. 그녀는 언제나 차고 넘쳤다.




     두번째, 그곳은 파티가 아니었지.


     실은 저들이 체링겐의 군대에 다시 속하게 된 이들이고-이 때에 그가 얼마나 피곤한 기분이 들었는가는,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될 터이지- 그들의, 그 웃기지도 않는 연구를 진행하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 그는 속으로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서 죽은 자는 죽은 것이고, 사후세계나 유령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으므로. 동료는 죽은 순간 시체가 되어 가치를 잃고, 그를 구하려 손을 뻗다가는 제 손- 혹은 다른 동료를 잃는게 당연한 일이었다. 영혼도, 신도 존재하지만. 한번 몸을 떠난 영혼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고 신은 저 위에서 저들로 체스를 두느라 바쁜 이라. 그는 자신을 체스말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체스말의 생각이 영향을 미치나? 아니지. 거, 지지 않도록 잘좀 두게나. 그는 플레이어의 시선으로 판을 보지 않았다. 그저 포기한 방관자에 가까운 시선이었을 뿐이었다.
     어쨌든, 다음날부터 시체를 꿰매서 그 괴상한 기계에 넣고는 작동시켜- 병사를 만들어낸다? 아무래도 체링겐가에 미신에 가까운 망령이라도 씌인 모양이지. 성공을 하긴 할까. 적당히 시도하다 포기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로비로 올라오니 온통 시체의 산이었다. 그는 아주 많이 피로감을 느꼈다. 제 친우의 이름을 부른것은 그래서였다. 노블바이스.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사실 붉은것을 보니 흰 것이 보고싶단 말은 적당히 둘러댄 이야기였을 터였다. 노블바이스가 붉은 이였다 한들, 저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을 테니. 

     자네도 흰 색의 매력을 아는가보군
     시선을 끄는 색채에, 보고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말인가?
     ! 그렇지! 분명 그렇지!
     좋지.

     좋고 말고. 언제나 제 시선을 끌고, 보고있으면 차분해지는. ...나는 흰 색과 노블바이스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 생에 이리도 하얀것은 노블바이스가 처음이었다. 장미가 이리 아름다운지도 처음 알았다. 그 색을 계속 곁에서 보고싶어. 내가 자네의 친우라 다행이지. 친우가 아니었다면 이 거리마저 볼 수 없는 광경이었을게야. ...가까워 다행이야.
     그녀가 무엇이 되더라도 친우라 여겨주겠냐고 물었을 때에, 그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대체 무엇이 된단 말인가? 저를 떠나거나, 변하거나. 달라져? 이 흰 빛이? 그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아, 되려 노블바이스가 그럼 무엇이 되겠냐고 물었다. 네가 어떤 모습이건, 무엇이건 상관없어. 내가 부르면 답하는 이, 그가 노블바이스지. 그때의 그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세번째, 그리고 15일 후에.


     15일간 지하실에 틀어박혀 시체를 꿰매고- 실험을 반복하는 일을 하고 나왔을 때엔 모두가 지쳐있었다. 그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저 피로한 기분을 쉬고싶어, 저도모르게 부른것은 제 친우의 이름이었다.

     노블바이스.
     응, 여기 있네.

     그녀는 제 부름에 답했다. 쇼파에 앉아 그녀에게 제 허벅지를 베도록 내어주고. 저는 그녀의 머리를 매만졌다. 시체는 시체. 내 앞의 살아있는 친우에게나 신경쓰자고. 그는 그저 그녀가 걱정일 뿐이었다. 자신은 그저 그 흰 빛을 보는것만으로도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혹시 지쳐있지는 않을까. 제가 걱정할까 내색하지 않는것은 아닐까. 원하는 것, 마음대로. 적당히 이유를 둘러대며 그녀에게 도움이 되려 애썼다. 그녀는 제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답했지만. 나는 네게 부족한 이이고, 너는 내게 과분한 이인데. 그저 제 존재만이 도움이 될리가 있을까?
     무언가가 두려웠던것도 같다. 내가 부르면 언제든 답한다 했지, 그것만 지키게나. 천천히 가게. 고목은 느리네. 돌고 돌아 제 입으로 빠져나온 두려움은 그런 모양새를 띄었다. 두고 가지마. 내 말이 들리고, 네 답이 들릴정도로 가까이에 있어. 함께 있어. 그 말을 꺼내지 못해 말은 빙글빙글 돌았다. 너는 새하얀 빛이었다. 새하얀 색이 쉽게 다른 빛에 물들어 사라져버릴까 두려워. 아니, 다른 색이면 무슨 상관인가. 그녀가 노블바이스야. 아니, 노블바이스는 항상 하얗지 않나. 죽은이를 꿰매다가 망령이라도 붙은게 분명했다. 네가 혹시라도 죽는다면, 나는 너를 죽은 이로 생각해버릴테지. 그러고싶지 않네. 부디 죽지마. ...죽지마, 내 가장 소중한 이. 어쩌면 그런 바람은, 빌어먹을 예감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네번째, 너는 끌려갔고.


     반이 넘는 이들이 끌려갔다. 그 속에는 제 소중한 이가 들어있었다. 그는 할수만 있다면, 제 눈앞에서 그 흰 빛을 데려가는 것을 막고만 싶었다. 이곳은 지옥이고 어둠이야. 너는 흰 빛이고. 네가 없으면, 나는 다시 눈이 멀텐데. 그는 두려웠다. 제 시야를 벗어난 빛이, 어떻게 될지가 너무도 두려웠다. 숲길을 걷다보면 감옥이 나와. 그곳에 있으니 면회를 가도 좋다고 이야길 들었다. 밖은 추울테지. 그는 아무 방을 뒤져 가장 새하얀 모포를 찾았다. 그와중에도 필사적으로 흰 것을 찾고 있었다.
     네 손은 찼다. 너는 웃었지만. 자네는 괜찮지 않아. 그렇지? 하고 물었다. 너는 내게 거짓을 말한적이 없었다. 이리 말하면 솔직하게 대답해줄 터였다. 무섭네, 하고 대답했을때 저는 차라리 제가 그 목록에 이름이 들어가있었어서, 네 곁에 들어가 있었기를 소망했다. 그녀가 두려워하고있질 않나. 나는 너를 지탱해주고싶어. 실은 담배따윈 별것도 아니었다. 그저 제대 후에 아주 조금 스스로를 학대하는 버릇이 생겨- 부러 나쁜것을 좀 찾다보니 생겨버린 습관이었다. 그때 끊겠다 말할걸 그랬어. 그랬다면 자네는 내게 그 환한 미소를 지어줬을테지. 네가 그 공간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볼수없을 그 미소. 내게 평온을 주는.

     나는 자네를 구하는 존재인가?
     그래. 자네의 존재는 내게 그러해. 내 소중한 벗, 나의 친우. 어제는 육신을 구했고, 앞으로는 영혼을 구할걸세. 내가 자네를 보고 똑바로 걸을 수 있도록.
     나는 욕심이 많네. 자네의 육신과 영혼 모두를 구할것이네.

     문득, 두려움이 다시 치솟았다. 로위어는 그녀가 이틀후면 풀려날것이라 했지만, 단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목숨은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감옥, 군법 재판. 두려운 것들이 떠올랐다. 부러 말을 뱉었다. 죽은 자는 존재따위 지니지 못해. 네가 죽으면 네 존재도 사라질테지. 그러니 죽지마. 그러자 그녀는 되려, 구할것이라 중얼거리고.
     그가 그때 그녀에게 말한 것은, 자신을 향한 다짐이었고 그녀를 향한 맹세였다. 실은 노블바이스가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네가 죽으면, 나또한 영혼도 육신도 죽음을 찾아 고통받을 것이라고. 그건 사실 자신을 향한 채찍질이나 다름없었다. 소중한 이를 구하지도 못한 자가 감히 삶을 살고, 영혼이 무사하리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고. 구해, 헤르베르트. 못구하거든 차라리 죽어. 소중한 이가 끝이 나버렸는데 네가 살아있으면 안되지 않나. 그는 당연히 그런 생각을 했고.




     다섯번째, 단두대가 자른 것은 누구의 목이었을까.


     그 밤은. 글쎄.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제 죽음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녀는 평소처럼 웃었다. 아니, 자네는 지금 웃고싶지 않잖아. 웃지마. 노블바이스. 울어야 하는 이는 울어. 제발, 울어줘. 내게 보이는 마지막 얼굴을 거짓으로 보내지 마. 그는 애원했지만, 그와 같은 비겁한 이의 말은 닿지 않았던 듯 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 단두대 앞에서, 그는 분명 몸을 던져 군인들에게 달려들었다가 총알을 맞고 죽거나- 제압당했을 터였다. 같지만 다른 세계의, 어느 시간에서는 분명 그리 행했을 터였다. 하지만 헤르베르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외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니? 하지 않고. 그는 그저 절망에 잠겨갈 뿐이었다.
     
     내 영혼은 이제 갈기갈기 찢긴채 지옥 깊은 곳에 불타고, 육신은 가장 짙은 죽음을 찾아 헤맬테지.

     중얼거리는 그는 이미 죽은자나 다름없었다. 명령이니 수레를 끌고, 약속이니 반지를 챙기고. 실험. 그래. 이 시체들을 꿰매야지. 맞는 짝을 나열했지만 차마 바느질만은 할 수 없었다. 그레텔이 저를 불렀다. 노블바이스의 시신을 꿰매달라는 이야기인가? 생각이 꽤 느리게 흘러, 이상하다. 마음대로 하게. 그건 그녀가 아니야. 죽은자는 죽은자. 시체는 시체. 죽은 이가 살아날 수 있다면, 그간 제가 떠나보낸 그 많은 죽은 이들의 목숨은 어찌 보상해야 하고. 그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살리지 못한 이들에게 짓눌려 그 죄책감만큼 산산조각이 날 터였으니.
     
     그런데
     시체가
     움직였고
     너는
     살아났지

     아니야, 살아났을 리 없어. 움직이는 그녀를 보며 그는 두려움에 떨었다. 아니, 살아났을지도 모르잖아. 아니야. 죽은자가 어찌 살아. 저건- 저건, 그냥 시체가 움직이는 것이지. 저 속에는 영혼이 없어. 있더라도 그녀의 것은 아닐거야. 그래. 그녀는 이미 사라졌어. 그렇지? 너는 그녀를 죽게 내버려뒀잖아. 다른 이들 모두가 되살아난 이들을 살피는 동안, 그는 차마 누구에게도- 그녀에게도. 무언가 말을 건네는 것이 두려웠다. 그녀가 나를 잊었으면 어떻게 하지. 그녀가 나를 기억하면 어쩌지. 살리겠다 약속해놓고, 죽게 내버려둔 이 자를. 원망하면 어쩌지. 너같은 위선자와 친우따윌 하는게 아니었다고, 저 입으로 제게 분노라도 뱉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것이다. 나의 이러한 시간, 이러한 사유, 이러한 행적은 언젠가 나에게 흑백사진처럼 색채를 알 수 없는 환상으로서만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들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기형도


     그래. 그녀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그는 올라가 술을 마셨다. 제정신으로는 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저 도피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꽤나 취했을 때에. 어느새 그는 그녀를 찾아 돌아 내려왔다. 내려와서도 그녀에게 모진말을 내뱉고. 그랬다가.

     ...안불러, 안부를걸세. 자네를 절대 노블바이스라고, ......
     응. 나 여기써?

     그때 잠깐이나마 품었던 기대는, 저를 아주 높은 허공 끝까지 들어올렸다. 어쩌면 천국의 근처까지. 하지만 너는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아. 내 이름을 모르는 이가 노블바이스일리 없어. 그래, 죽은 자가 살아돌아올리가 없지 않나. 그는 끝도 없이 추락했다. 그러면서도, 차오르는 슬픔과 분노와- 모든 것을 차마 어찌하질 못해서. 눈앞의 그녀에게 온통 퍼부어버렸다. 그녀는 내내 답하며 웃었다. 네게 말해둘까. 이 비겁한 자는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나가 병원으로 가면 우리 둘의 사표를 내고. 와인을 사서 집에 갈거라고. 2인분의 저녁을 차려, 배부르게 먹고. 그리고- 죽을거라고. 너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은, 네가 아닐테니까.

     그럼 나. 치, 친우? 할래!

     왜, 네가? 아니. 너만은 안돼. 네가 내 친우가 되면, 그 자리는 노블바이스의 자리이고. 네가 노블바이스라면. 내가 너를 내버려둔 행동은 어떤 면죄부라도 얻어버릴것 같아서. 안돼. 그래서 계속 밀어냈었다. 그래도 너는 웃더라. 그래서 이름을 바이스라 지었다. 노블바이스가 흰 빛이라면, 되살아난 그녀는 흰 어둠이었다. 여전히 흰 것이었다. 제 삶의 유일한 흰 존재. 네가 여전히 제게 남아 무엇이라도 될것만 같았다. 자신은 이럴 자격이 없었음에도, 너는 여전히 소중하고. 함께 있으면 저가 위로가 되는 기분이라서. 어쩌면 너를 소중하게 돌보면-
     그녀가 돌연 비명을 지르다 멈춰버렸을 때에.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소리를 내지 않을 때. 그는 지옥에서도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실험에 문제가 있었을까. 혼이 떠나거나, 다시 기절했거나. 죽어? 죽었어? 바이스가? 내 흰 것이? 또다시? 너는 그저 쉿, 하고 웃을 뿐이었다. 안도하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나는 지금 네게 노블바이스를 비춰보며, 너를 돌보면 마치 내 소중했던 이를 살린 것에 대해 용서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안돼. 알잖아. 죽은 자는 죽은 자야. 네 소중한 이는 죽었어. 죽었어? 네가 죽게 내버려두었어. 네가 죽였지.
     그가 다시 담배를 피우고 온 것은, 노블바이스와의 약속조차 잊고 모든것을 끝낼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바이스를 노블바이스라 생각하지 않고- 아니. 바이스를 바이스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모르는 상대로. 연구원과 실험 대상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이미 내어준 정을, 그렇게 끊어내는 것이 가능할리가 있을까.
     그는 또다시 약속을 했다. 그녀를 옷장에서 꺼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정도는 상관없겠지. 그녀의 찬 손을 주물러주었다. 이정도는 괜찮겠지. 어둠 속, 그녀를 위로해주고. 이정도는.

     괜찮나?


     

     여섯번째, 떠나. 아니. 기다려줘.

     
     바이스가 고통스러워했다. 신경 자극제를 넣었다고. 그들은 온전히 고통을 느끼는 이들이었다. 그 고통을, 더 높인다면. ....나는, 또 속았지. 멍청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차라리 제가 아프면 좋을것을. 왜 항상 아픈것은 너고, 이리 멀쩡히 지켜보는 것은 나일까.
     족쇄가 풀렸을 때에, 그는 생각했다. 일은 이미 끝났고. 자신은 더는 군인이 아니야. 명령을 따를 필요가 없다. 저들을 폐기한다고. 그건 안돼. 바이스를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는 그녀를 잡을 자격도 없지 않은가. 그보다 그녀에게 이런 지하실은 어울리지 않아.
     네가 나가고 나면, 금세 쫓아갈 생각이었다. 어쩌면 네가 가고싶은 곳은 제 곁일지 모른다고, 그런 웃기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너를 찾아낼 수 있을거라는 어떤 확신이 있던것도 같았다. 그래서 서둘러 저택을 나왔다. 숲을 헤맸지만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전해야 하는 물건과, 전할 것이 있는데. 그녀를 만나야 하는데. 자신의 어리석음을 사과하고, 그녀가 원하는 곳으로 갈수 있도록. 안전한 곳으로. 이번에야말로 함께.

     ...네게, 원하는 곳으로 가라고 말하지 말고.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할걸 그랬다고. 내 걸음이 너무 느려. 언제나 그랬듯이.
     제 후회는 언제나 늦었다.




     일곱번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드디어 겨울.

     
     봄. 숲을 며칠을 헤맸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그는 죽을것 같을 때에서야 마을로 향했다. 그는 제가 누군가를 찾는데에 소질이 없었음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아, 약속을 지켜야지. 집으로 돌아왔다. 일을 마치고, 빈 방에 앉아서. 칼을 보고.
     이상하다. 분명 자신은 바로 죽어, 노블바이스를 따라가려 했는데? 아니. 아니야. 이대로 죽으면 안돼. 그는 중얼거렸다. 이대로 죽으면, 그냥 끝이 아닌가. 자신은 만나고 싶은 이가 있었다.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꺼내주겠다고.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겠다고. 곁에 있겠다고.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기억은 끝도 없이 과거로 흘렀다. 그는 그녀를 찾아 헤맸다. 다른 이름을 지어줄걸 그랬다고도 생각했다. 내가 너를 곁에 얽매어버렸던게, 사실 너는 싫었던건 아닐까. 그 숲을 뒤져도 흰 것을 찾을수가 없었지. 너는 도망간게 아니었을까? 내가 너를 또다시 배신해서. ...희지만, 흰것이라고 이름지어주지 말걸 그랬나. 생각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그것 외에는 도무지 그녀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름. 그는 누군가에게는 위선자라 불렸다. 어느 꿈은, 그에게 떠난 이들에 대한 행복한 악몽을 보여주었다. 홀로 여행을 하며,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은 꽤나 지치는 일이었다. 이곳에서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아무것도 없고, 저곳에서 소문이 들려 가보면 또다시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제 시력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후유증. 피로가 쉽게 회복되질 않았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찾아 헤맸다.

     가을. 문득, 그들은 이미 사라져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죽었을까가 아니라, 저들의 존재를 지워버린게 아닐까 하고. 그럼 자신이 찾을수나 있을까? 어쩌면 그녀가, 내가 저를 찾길 바라지 않는것일지도 모르지. 봄부터 이어진 생각이었다. 답하는 이가 없으니, 피로가 붙어 생각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어. 아니, 기다리고 있을까? 실은 저를 피하는게 아닐까. 그는 어쩌면, 자신이 망령과 같은 존재이리라도 생각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녀에게 오래전부터 하고싶던 말이 있었어.

     말로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아.

     네가 그리 말하며 웃었었지. 나는 네게 말을 전하기 위해, 이리 떠돌고 있었지만. 혹여라도 네가 싫다면 어쩌지. 그래, 겨울까지만 찾아보자. 1년을 찾아도 흔적조차 잡을 수 없다면, 그건 영영 못찾을 것일테지. 그 후에는 차라리 죽어 유령으로라도 떠돌자. 네가 곁에 없는 내 삶을 이리 연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자신은 사라져버린 별을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진 것은 완결된 것이며 완결된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죽은 것이다.
     /은희경, 태연한 인생


     그리고 겨울. 그는 편지를 받았다. 첫번째, 초대장을 받았을 때 갔던 곳에는 네가 있었다. 이 초대장을 따라가면 다시 네가 있을까? 없다면 그 근처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꽤나 들떠있었다. 

     


     마지막. 사랑하는 너를 다시 만나.

          
     결국, 마지막까지 나를 먼저 찾은것은 너였다. 너를 그동안 안아주고싶었어. 네 목소리를 듣고싶었어. 네 흰 빛을 다시 보고싶었어. 나는 이곳이 내 마지막이리라 생각했지만, 그리고 지옥의 끝 치고는 꽤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네가 있는것만으로도 지옥은 순식간에 천국이 되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네게 전하고싶던 말. 일년간의 목적. 너를, ...나는. 나는 너를 사랑해. 노블바이스. 바이스. 무엇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권총을 지니고 다녔던 것을 그때만큼 기뻐한 일이 없었다. 나는 너를 구할수 있을까? 혹은 너를 구하고 죽을수 있을까. 이미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어. 다만 그 방식이 달라졌을 뿐. 나는 언제나 너를 구하고 싶었다. 그날, 그 단두대 앞에서부터 쭉. 이러기를 꿈꾸고 있었다. 일년이 지나서야 이룰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네가 내 곁에 있기를 바랐다. 나는 죽었으니, 차라리 너도 죽기를 바란것도 같다. 혹은 저를 되살려도 상관없었다. 저는 언제나 지옥에 있었지만, 흰 너를 끌어내려 제 곁에 두고싶었다. 그러고도 네게서는, 이곳이 좋다는 답을 기어이 듣고싶었다.
     이름을 부를때마다, 너는. 응, 나 여기있어. 답을 한다. 그 대답이 너무도 소중해. 이제는 이름을 불렀을때 그 답이 오지 않는 공허를 상상도 하고싶지 않아. 소중함은 잃었을때야 느낄 수 있다 했는가. 허면 나는 영영 너를 놓지 않을 셈이다. 나는 비겁한 이. 너와의 모든 약속을 어기고도, 자신은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심술을 부리는 제멋대로인 이. 이기적이고, 항상 네가 먼저 찾아오게 만드는. 걸을줄 모르는 나무.
     하지만 가능하다면, 언제고 네 그늘이 되어주고 싶다. 네가 항상 지탱할 수 있도록 곁에 있고싶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내 모든것. 영혼의 마지막 조각까지도 네게 바치고. 그리고 마지막 남은 밑동마저 네 의자가 되어주고 싶네. 그러기를 바라고 있어.



     사랑하는 노블바이스. 네게 내 모든 사랑에 대한 기억을 바친다.









아안녕하세요 후기 쓰는거 까먹어서 급히 글을 남깁니다 사실 남길것도 없어요 저 너무 노블바이스 사랑하고
이미 성사되긴 했지만 제대로 고백이나... 혹은 제대로 정리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냥 바치는 글입니다!!
아 저 노블바이스 정말 사랑해요 내 사랑 저 대화 되찾아보다가 머리 깼구요 헤르베르트 못된자식이 저렇게 막 굴었는데도 받아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진짜 다시는 울일 없게 행복하게 보살펴줄거래요 울리면 제가 먼저 총들고 헤르베르트 찾아갑니다 내자식이지만 죽일거야(살벌
정말 다시 생각해도 꿈같다... 노블바이스 사랑해......!!!!


'자캐 > 헤르베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My Dear, Halloween  (0) 2018.08.10
생각.  (0) 2018.08.10
[프로필]헤르베르트  (0) 2018.08.10



     탁, 마찰음과 함께 성냥에 불이 붙었다. 손끝에서 피어오른 작은 불씨가 퍽이나 따스해서, 그는 제 손이 뜨거워질 때까지 그 작은 것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리고 손끝이 비명을 지르려 들 즈음에야 재떨이에 아무렇게나 불씨를 던져넣었다. 차가운 유리에 닿은 성냥이 금세 제 열기를 잃고 사그라들었다.

     멍청한 짓을 했군. 붉어진 제 손끝을 바라보다, 휘휘 손을 털었다. 입에 문 담배가 저를 재촉하는듯 해 다시 성냥을 꺼냈다. 그 작은 개비를 쥔 손가락이 따가워, 왼손으로 성냥개비를, 오른손으로 성냥갑을 옮겼다. 다시 불이 붙은 성냥이 시야를 찔렀다. 미간을 찌뿌리고는 조심스레, 입에 문 것에 불을 붙였다. 제 할일을 다 한 성냥은 다시 재떨이에 던져넣었다.

     들숨, 날숨. 희뿌연 연기가 시야를 가렸다가 금세 허공으로 흩어졌다. 제 한숨을 눈으로 바라보는 광경은 언제 보아도 기묘하다. 속의 생각도 저리 밖으로 뱉어 사라진다면 얼마나 편할까. 손가락 끝이 아려왔다. 왼손으로 툭툭, 재를 털며 제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흉터가 남지는 않겠군. 부러 빨갛게 달아오른 부분을 마주 대 꾹꾹 눌렀다. 절로 미간이 찌뿌려졌다.

     아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게지. 제 중얼거림이 우스웠다. 자해를 하며 할 종류의 소리는 아니었다. 자해인가? 그렇고말고. 의사가 자해를? 하면 무엇이 어때서. 무엇때문에 했는가?

     ...글쎄.

     무엇 때문이냐고? 미간을 찌뿌리고는 다시 담배를 물었다. 혹사당한 노동자의 짜증일까. 15일간 시체더미에 둘러싸여 바느질을 반복하던 데 나온 짜증? 이리도 현명한, 재능있는, 영특한, 앞길이 창창한, 순수한, 상냥한, 이제야 갓 전쟁이 끝나 평화를 되찾은. 이들을 살살 미끼로 꾀어 불러다놓고 하는 짓이라는게. 지쳐가던 이들의 모습이 연기와 함께 퍼져나갔다. 첫날에는 삶을 살던 이들이, 지금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산자를 살리는 일. 의사는 그들을 나무랐다. 헤르베르트는 의사였다. 과연 다음에도 의사일까.

     의사가 아니면 무엇을 하려고. 툭, 꽁초를 털자 잡념이 떨어져나갔다. 죽은자는 죽은자. 시체는 시체일 뿐이다. 절망은 산자의 몫이고, 침묵은 죽은자의 몫일 뿐이었다. 그는 잘 알고있었다.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신은 존재하나, 우리를 돌보지 않는다. 그러니 산자는 그저 삶을 보고 필사적으로 살아가야만 해. 어느새 짧아진 담배를 마지막으로 한모금, 남은 찌꺼기를 뱉어내고는 재떨이에 짓눌렀다.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 제 방을 나섰다.




     ......그럼, 시체가 살아나면 어쩔래? 죽은자가 침묵하지 않으면?

     등 뒤에서 비웃음이 들린것도 같았다. 못들은 척, 무시하고 방문을 닫았다. 쾅.
 
     대화는 끝났다.


'자캐 > 헤르베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My Dear, Halloween  (0) 2018.08.10
사랑에 대한 기억  (0) 2018.08.10
[프로필]헤르베르트  (0) 2018.08.10
[전신]
전반적으로 균형잡힌 체형이다. 팔다리가 길고, 드러난 부분에는 굳은살이나 흉터가 꽤 보이는 편이다. 특히 목 왼쪽뒤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꽤나 큰 흉터가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옷 위로 흉터의 머리만 드러나 그 옷속으로 더 큰 부분이 있음을 간신히 짐작할 정도이다. 왼손에는 검은 장갑을 끼고있는데, 장갑을 벗을 경우 손등 전체부터 손목으로 이어지는 큰 화상과 같은 흉터를 볼 수 있다. 미관상의 이유로 실내에서도 잘 벗지 않는다. 오른손에는 장갑을 끼지 않았는데, 그의 몸에서 제일 상처가 없는 곳을 꼽자면 첫째가 얼굴이고 두번째가 오른손이라고 할 정도로 왼손에 비해 말끔하다.
짧은 머리는 갈색에 가까운 더티 블론드로 최근에 다듬은 듯 잘 정리되어있다. 앞머리는 눈썹에 닿을정도의 선에서 우측으로 쏠려있다. 밝은 청색에 가까운 눈은 유리구슬과도 비슷한 색으로도 보일 정도로 색이 선명하다. 입매는 항상 굳어있고, 눈매 또한 통 부드럽게 내려가는 꼴을 보기 힘들다. 삼백안에 눈썹도 치켜 올라가있다. 인상이 좋지 못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짙은 검회색의 정장을 입고있다. 탁한 베이지색의 셔츠는 첫 단추를 한개 풀어헤쳤는데, 정장을 입는 것이 익숙지 않은지 종종 소매를 매만지며 고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렇게 고치고도 소매나 옷깃은 항상 쭈글쭈글하다.

[이름]
헤르베르트 바이스(Herbert Weiss)

[나이]
32세

[성별]

[키/몸무게]
181.2cm/72.4kg

[성격]
거리감 : 대부분의 이들에게서 그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딱딱한 말투에 잘 웃지 않는 표정, 간혹 미간을 찌뿌리는 버릇 등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 호감도를 올리긴 커녕, 가까이 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사교성 부족 : 타인에게 친근하거나 상냥하게 대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말을 놓는 경우에도 그 딱딱함이 어디 가질 않고, 경어를 쓰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다만 딱딱한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과 대화하는것을 꺼리지는 않는다. 되려 대화하는 것을 다소 기꺼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상대와 대화를 할때엔 그 나름대로의 배려를 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무뚝뚝함 : 표정변화를 잘 보이지 않는다. 언성을 높여 화를 내거나, 환하게 웃는 일도 거의 없다. 농담이나 장난을 건네도 반응이 거의 없어 상대가 무안해지기 딱 좋은 타입. 화가 날때는 일단 한번 참고 생각을 정리한다음 말로 꺼내는 스타일. 특유의 무뚝뚝함탓에 오해를 사는 일도 종종 있어, 최근에는 타인과 대화를 할 경우에 나름 노력해서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먼저 어떤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드물다.



[특징]

가족관계 : 1남 1녀 중 장남.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뵌지는 꽤 된 모양인듯 하다. 대신 안부편지를 한달에 한번 정도는 보내고 있다. 여동생은 현재 기숙학교에 다니는 중이라 역시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이다.

생일 : 12월 25일

과거사 :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이다. 외과의이지만 다른 과에 대한 지식도 어느정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현재 외과 전문 병원에서 일하고있다.

[소지품]
진통제, 사탕 한봉지, 담배 한갑, 성냥

[선관]
노블바이스 폰 그레이슬린 - 같은 병원 소속.
주로 노블바이스가 먼저 그를 찾아오는 관계이다.
그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친구관계가 맞는건지 의아해하지만, 조금이라도 헤르베르트를 아는 이라면 그가 나름의 방식으로 제 친구를 대하고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


[성격]
잔정이 많음 : 환자나 아이들, 동물들과 같은 약자를 꽤 아낀다. 지니고다니는 진통제와 사탕은 만일의 경우 그들에게 건네기 위한 것으로, 사실 자신은 단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진통제를 즐겨 복용하지도 않는다. 어린 아이를 환자로 받으면 자신을 보고 무서워하거나 치료에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고민끝에 생각해낸 방법이 사탕을 선물해 호감을 얻기 인 듯 하다. 담배 또한 군 제대 이후 시작한 버릇이지만, 여전히 비흡연자나 환자 앞에서는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특징]
-과거사 : 24세 이후, 최근까지 군의관으로 최전선에서 활동했었다. 현재 군의관을 그만두고 개인 병원을 개업한 것은 전선에서 폭발에 휘말려 부상을 입은 후 의병 제대를 했기 때문으로, 그 당시에는 생명까지 위태로웠을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눈이 조금 나쁘다. 미간을 찌뿌리는 버릇은 사실 단순히 상대나 어떤 물건을 더 명확히 보기 위한 것으로, 양쪽의 시력이 0.7내외이기에 멀리 떨어진 물건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가 잦다. 아직은 크게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해 안경은 쓸 생각이 없지만, 이보다 시력이 더 떨어질경우 고려할 예정이다. 본인은 딱히 숨길 생각은 없지만 내놓고 말할 생각도 없다. 군의관시절 전선에서 환자를 이송하던 도중 폭발에 휘말려, 시력에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몸의 화상들도 그때에 생긴 것이다. 아직은 시력저하 외의 후유증은 보이지 않으나, 간혹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트라우마가 건드려질 경우는 환청이나 두통을 느끼곤 한다.

[트라우마]
폭발음, 혹은 폭발을 연상케 하는 상황.

[트라우마 관련물품]
폭탄, 혹은 폭탄과 유사한 효과(강한 빛, 혹은 폭발소리 등)를 내는 것들.

[초대장에 응한 이유]
돈을 위해서.
자신과 같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퇴역군인들은 수도 없이 많고, 그들을 도울 단체나 조직은 미비하다시피 하다. 그는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요양병원, 혹은 유사 단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딱히 타인을 위한 이타적 마음에서 세운 목표는 아니고, 지금은 그저 시력이 저하된 것 뿐일지라도 언제 본인의 시력이 악화되거나 다른 후유증이 나타나 의사를 계속할 수 없게 될지 모르니 그 전에 어느정도 노후 기반을 마련해두려는 이유 또한 한몫을 한다.

---------


[크리처 외관]

x


[스탯]


x



--------

[흑막]
o

[흑막if]
세명의 사람을 쏴죽여 서른명을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헤르베르트라면 주저없이 방아쇠를 세번 당길 것이다. 그는 의사이지만 그 이전에 군의관이었고, 그가 있던 전선은 적일지 모르는 한명을 살려보내면 백명의 아군이 해를 입는 곳이었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저울질하여 수를 세고 비교하는 일에 익숙해져있었다. 그는 평화를 사랑했지만 전쟁은 그와 같은 개인의 사상은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었으므로- 전투에서 부상당하고, 사망하는 수많은 동료들과 환자들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인간의 진화가 이루어져, 팔다리가 잘리는 중상을 입더라도 금세 회복되고. 병사 하나가 적군 열명을 상대할 수 있게 된다면 저렇게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병실에 누워, 더이상의 희망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들어가는 이들을 치료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갓 졸업한 젊은 청년들과 고향에 가족을 둔 자들이 그 흐름에 휩쓸려 무의미하게 죽어나가지 않도록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에는 실험 대상이 필요했다. 군 상부에게 연구허가를 받자, 차고 넘치는 실험 대상을 얻을 수 있었다. 결과만 말하자면, 그의 연구는 반만 성공했다. 적군 열을 상대할 수 있는 병사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인간이 아닌 통제불능의 무기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는 그의 실패를 납득할 수 없었다. 연구가 실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의 습격으로 그는 큰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눈을 떴을때, 그는 상당히 지쳐있었다. 그즈음 전쟁역시 끝나버렸고, 상부의 누군가가 연구를 다시 시작하겠냐고 물었을때 그는 연구 자료를 모두 넘겨준 채 군의관의 자리를 그만두고 사회로 돌아왔다. 그는 지쳐있었고, 연구와 관련된 일들을 악몽처럼 잊고자 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속에서 누군가 속삭이고 있었다.

어쩌면 한번 더 도전했더라면, 연구가 완벽하게 성공했을지도 몰라. 네가 만들어냈던 그 희생양들은 그저 희생양이 아니라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밑거름이었던거지!

헤르베르트가 흑막이라면, 초대장에 응한 이유는 체링겐으로부터 온 편지를 보고 상대를 직접 만나보고싶다는 순수한 열망과 더불어 자신이 동조했던 연구가 자신이 모르는사이 진행되었으리라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연구가 이전처럼 실패했을까에 대한 것도 있지만,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던 사이 진척을 이루어 성공해버렸을까에 대한 두려움 또한 숨어있습니다.
그가 연구원의 편에 서서 크리처들과의 갈등을 일으키려 한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과오를 들키고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실패를 타인에게 들키고싶지 않기때문에, 결과물이나 마찬가지인 크리처들을 제거하도록 조장할 것입니다.

[흑막 IF / NPC와의 관계]
연구에 대해 군 상부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얼마 후, 디에고 체링겐으로부터 그와 관련된 편지를 받은 것이 교류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연구와 관련된 편지를 종종 주고받았고, 사적인 대화도 아주 간소하게나마 있었다. 그는 항상 전선에만 머물렀으므로 실제로 상대를 만난적은 없으나, 서신을 주고받으며 관심이 생겨 체링겐 가에 대한 소문을 살펴본 적이 있었기에 외부에서 말하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의 체링겐가의 가주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가십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관련된 각종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문을 다시 쌓아올린, 가주로서의 역할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세간의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문장들이 가정이 아닌 확신이라는 점 뿐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디에고 체링겐에 대해서는 편지뿐만 아니라 실제로 만나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싶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위 커뮤에서 당신은 의도하지않은 부상/사망을 겪을수도 있습니다.그에 동의 하시나요?

Y

*위 커뮤에서 당신의 설정한 비밀설정등이 스토리진행에 쓰이는 것에 동의 하시나요?

Y


'자캐 > 헤르베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My Dear, Halloween  (0) 2018.08.10
사랑에 대한 기억  (0) 2018.08.10
생각.  (0) 2018.08.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