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칭과 이디스가 옷사러감. 정확히는 이디스가 어, 가을옷이 좀 필요한것 같은데... 하고 중얼거리는걸 들은 칭칭이 가자. 하고 바로 끌고간거. 이디스는 어? 어??? 지금요??? 하다가 그대로 따라서 거리로 나섬.
이디스는 그냥 아무 튜닉이나 사서 올 생각이었음. 그런데 가게에 갔더니, 나나츠지야에서 새로 들어온 물품이라며 파스텔톤의 세라복이 쭉 전시되어있었음. 흰 바탕에 카라와 리본만 연분홍인게 눈길을 끌어서, 이디스는 그 옷을 구경하고있었음.
입어보지그러니?
칭칭의 말에 이디스는 눈을 깜빡이다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음. 예쁘기도 했고, 독특하기도 했고 신기해서. 옷을 들자 점원이 세트라며 같은 색의 스커트를 건넸음. 이디스는 탈의실에 쏙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음.
연분홍 포인트의 세라복은 꽤 잘어울렸지만 스커트가 제 무릎위로 올라오는걸 본 이디스는 기겁했음. 치마가 너무 짧아요...! 하고 탈의실 커튼에 꼭 붙은채 나오지 않는걸 보고는 칭칭은
무얼. 아까 보니 충분하던데.
하며 가차없이 커튼을 홱 젖혔음. 그리고 잠시 이디스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꼭. 사라고 강조했음. 이디스는 으아아... 하고 손으로 스커트를 꾹꾹 잡아내렸지만 거울을 보니 예쁜 옷이기도 하고, 칭칭님도 마음에 들어하는것같고. 한벌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꾸닥거리며 동의함.
세라복만 입기에는 다소 쌀쌀한 날씨라, 가디건도 하나 골랐음. 조금 더 짙은 색의 폭신한 소재였는데, 굵은 털실로 짜여있어 이디스가 위에 옷을 걸치자 굉장히 따뜻하고 포근했음. 플랫슈즈 비슷한것도 사고! 만족스러운 쇼핑이었음.
돌아오는길에 이디스는 제가 산 옷들을 보다가, 문득 이 옷을 입고 칭칭과 함께 산책을 가면 어떨까 생각했음.
저, 칭칭님.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왜?
그게, 새 옷도 샀고..... 어... 저랑 데이트 해주세요!
이디스의 말을 들은 칭칭은 크게 웃더니, 우리 아가가 다 커서 이젠 데이트 신청도 할줄 알게되었냐고 놀렸음.
아가 아니고 다 큰 이디스에요!
내 눈에는 아직도 아가인걸.
장난스레 대답한 칭칭은 내일 괜찮다고, 점심이라도 함께 하자고 답함. 이디스는 입술을 비죽 내밀면서도, 기분이 꽤 좋았음.
그리고 다음날, 이디스는 아침부터 새 옷들을 꺼내놓고 거울앞의 제 모습을 살폈음. 기르기 시작한 머리는 가슴아래까지 찰랑여서, 옆머리만 땋아 뒤로 넘겨 묶자 꽤 괜찮았음. 세라복에, 치마에, 속바지에, 흰양말에 플랫슈즈. 생각보다는 만족스러운 모습이 나왔길래, 이디스는 속으로 뿌듯해했음. 이정도면 칭칭님도 오늘은 아가라고 부르지 않으시겠지!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온 이디스는 부지런히 걸었음. 다리는 시원해서 조금 신경쓰였지만, 속바지도 입었고. 신발도 편하고. 가디건도 폭신폭신하고! 오늘은 완벽할ㄱ-
턱, 하고 발치에 돌부리가 걸렸음. 어, 하고 이디스는 순식간에 앞으로 대자로 철푸덕 넘어졌음. 손바닥도 무릎도 땅에 부딪혀서 아팠지만, 그보다 부끄러움이 더 했음. 아... 아냐, 여기는 사람도 별로 없는 골목이니까. 분명 아무도 못봤을거야...
아가?
아아아ㅏ아ㅏㅏㅏㅏ하고 이디스는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음. 왜?! 어째서?!?! 약속시간까진 10분이나 남아있는데?! 왜 벌써 오셔서 하필 지금 마주치시는거죠?!?! 하고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겉으로는 아무 소리도 못내고, 넘어진 모습 그대로 미동도 하지않고 바닥에 착 달라붙어있었음.
이디스, 아가. 괜찮니?
처음에는 웃음기가 섞여있던 칭칭의 목소리가, 이디스가 움직이지 않자 어느새 걱정이 섞였음. 많이 다쳤어? 괜찮니?? 하고 다가오는 소리에 이디스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음. 괘괘괜찮앟악, 황급히 대답하다가 혀까지 씹었음. 그리고 대답에 칭칭은 되려 가까이 다가와서 이디스의 팔을 잡았음.
아가, 얼굴좀 보자. 응? 괜찮은거니? 어디가 그리 다쳐서.
아아니... 진짜로... 괜찮은데...
그럼 왜 얼굴을 자꾸 가리고.
그... 게.... .........서...
응?
고개를 들자, 이디스는 꽤나 엉망이었음. 얼굴은 새빨갛고, 눈가는 울먹울먹하고. 옷에는 흙도 좀 묻어있고.
부... 끄러워서....... 다친데는 없는데..... 저... 저 아가 아닌데.... 아니, 이거... 아파서 눈물난것도 아니고...
넘어진데다 혀까지 씹어서 너무 부끄럽다고, 더듬더듬 이야기하는 이디스를 보던 칭칭은 잠시 침묵하다가. 웃음을 터트리곤 이디스를 꼭 안아주었음. 그게 부끄러워서 그러고 있었냐고, 도로 민들레가 되어 땅에 심길 생각이었냐고. 그러곤 손이랑 팔다리에 묻은 흙도 같이 털어주고, 다친데도 있나 살펴주고. 다시 일어나 손도 꼭 잡고. 시작부터 엉성하지만, 즐거운 데이트를 시작했음.
"……저 정말로 아까만 실수로 넘어진거에요."
"그래, 아가가 아니라 멍청이라고 불러주마. 우리 귀여운 멍청이."
"…………그, 그건 아가보다 싫은데, 아니, 살다보면 누구나 다 넘어질수도 있는거니까요!"
"완벽한 칭칭은 아닌걸."
"칭칭님도 저번에 그러셔놓고."
"언제?"
"그, 작년 겨울에 눈길에서- 악, 악!!! 칭칭님, 간지러워요!!"
"그때 분명 잊으라 내 말했는데, 아직도 담아두고 있다니. 벌칙은 간지럼이란다."
"꺄학, 학...! 아… 저도 간지럽힐거에요?! ……흐, 으아..! 잘못, 잘못했어요, 칭칭님! 진짜로 잊을, 꺅, 테니까, 그만요..!!"
"또 그 이야기가 나오거든 간지럼을 두배로 태워줄것이야."
"흐어... 아.... 알겠어요, 약속이에요..."
"그래, 약속."
"칭칭님거 이야기 안하는대신, 제것도 이야기 안하기에요?"
"글쎄- 앞의 약속은 하겠지만 뒤의 건 모르겠는걸?"
"아, 칭칭님!"
엉성하지만, 즐겁게. 손을 꼭 마주 잡은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