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님의 은총이 여러분을 수호할거에요."



두상
 
(커미션)


전신
(커미션)


이름이디스(Edith)
(타인에게 소개시 : 데네브의 딸 이디스)


종족이리즈나

 


성별여성


나이: 22



외형 158cm. 몸무게는 비슷한 또래의 이리즈나에 비해 4~6kg정도 덜 나가는 정도로그녀의 무게를 처음 듣는 이는 이리즈나가 아니라면 경악하고이리즈나라도 꽤 놀라곤 한다. 머리카락은 정수리부분은 새하얗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옅은 노란빛을 띈다. 눈은 햇빛등이 비치면 언뜻 황금빛으로도 보이는 맑은 주홍색이다손발이 가늘고 전체적으로 여린 모습이어서인지제 나이대보다 어려보인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성격


민들레 - 그녀를 처음 본 이들은누구라도 머지않아 그녀가 민들레와 닮았다는 것을 떠올린다비단 외형이나 그녀를 감싼 꽃 때문이 아니라그녀는 누구에게나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하고 예의범절이 바르며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등 마치 들판에 핀 민들레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지녔다그녀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는데자신이 존중하지 못하는 내용의 것-예를 들면 살생에 대한-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이해심을 보여주곤 한다.



자애 - 그녀는 다친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 여신의 은총을.’ 마력은 그럭저럭 이지만여신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의 선의가 뛰어나 신성력의 자질이 꽤나 좋다는 평을 받았었다위험에 처한 이들다친 이들곤란에 처한 이들을 돕는 것제 몸을 돌보지 않고 다른 이들을 돕는 모습은 어찌 보면 일종의 강박증과도 같아 보인다그녀는 약한 것이나 약해져 있는 것 모두를 아낀다살인자라도 그녀의 눈앞에서 다친 상태로 있다면망설임없이 치료를 할지도 모른다.



고요 - 그녀는 부정적인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그녀는 거절하는 것이나싫어한다고 내색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을 잘 드러내는가하면 글쎄그녀가 미소를 짓는 모습은 아침 해가 뜨면 꽃이 피는 것과 마찬가지로 쉽게 볼 수 있지만기쁨에 가득 차 웃는 모습은 어떨까한가지 확실한 것은그녀의 사제친구들이 그녀를 조용한 이 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녀가 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출신국가오르카

 


특이사항양 손목과 양 발목에 민들레로 이루어진 팔찌발찌를 하고 있다자세히 들여다보면액세서리가 아니라 본인의 몸에서 피어난 듯 꽃망울들이 피부에 착 달라붙어있다.

여신의 문양을 형상화한 목걸이를 항시 지니고 다닌다여신님에게 기도를 올릴 때나신성력을 사용할 때 주로 목걸이를 양손으로 감싼 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리즈나로서의 능력은 신체 어디든 원하는 곳에 민들레 홀씨 덩어리를 마음대로 피워내는 것홀씨를 후불면 보통의 민들레와 마찬가지로 홀씨들이 하늘로 둥실둥실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 관계 캐릭터: X

 


──────

 

아래는 비공개 항목입니다.

 


비밀설정:


과거 : 사제가 되기 이전의 이름은 카멜 이디스(Kamel Edith). 오르카의 중남부지방에 위치한 카멜 후작가의 양녀였으나 지금은 사제가 되면서 가문과의 연락을 끊고 성을 버렸다이디스는 본래 오르카 남부에 위치한 한 숲의 같은 이리즈나 부족에서 태어났다그들은 민들레가 몸에 깃들어있었고아름다운 민들레 들판을 키우며 서로 돕고 평화롭게 지내던 이들이었다민들레만큼이나 그들은 아름다우며 연약했고그것이 그들이 여신으로부터 받은 제일의 선물이자 불행이었다그들에 대한 소문이 암암리에 퍼지자 그들을 찾아온 노예상들이마치 들판의 꽃을 꺾어가듯 풀을 짓밟고 여린 꽃들을 꺾어갔다이디스 또한 그 무자비한 폭력에 꺾여간 꽃이었다 14살이던 그녀는 아주 비밀리에 운영되던 지하의 노예시장으로 운송되었고아름답고 어린데다 희귀하기까지 한 이리즈나였던 그녀는 한 후작의 눈에 들었다후작은 그녀를 사들인 후 또다시 많은 돈을 들여 그녀를 양녀로 맞이하고다과나 사교계 예절글을 읽고 쓰는 법 등의 최소한의 교육을 시켜주었다그녀는 제가 행운아라고 생각했다후작이자신의 아름다움에 비이성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이디스의 손목과 발목에는 노예시장에서 가죽으로 된 족쇄들을 채웠을 적에멋모르고 도망을 가려 발버둥을 치다 남은 흉터가 존재한다. “아름답지 못하구나아름다운 것으로 가리거라.” 후작은 그녀에게 제 성을 하사한 첫날흉터들의 위에 민들레를 꽃피워 그 상처를 가릴 것을 명령했다그 후에도 그녀는 마치 온실 속의 화초처럼최소한의 상식과 사교계의 예절 등에 대한 것 외에는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다이디스는 자신이 아름답지 못해지면 아무 쓰레기처럼 길거리에 버려질 것이 두려웠고또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더라도 영영 후작가에 갇힐 것이 두려웠다다행히도 이디스는 총명한 아이였다어느 날서재에서 우연히 사제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재능만 있다면 누구든 도전할 수 있고, 사제가 된다면 신전 소속이 되어 후에 후작가에서 자신을 찾아내더라도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디스는 몸이 아프다고 꾀병을 부려 사제를 부르게 하고그에게 간청해 자신이 사제가 될수 있을 정도의 마력이 충분히 있는지를 봐달라고 했다사제는 그리 많지않지만, 사제가 되기에는 충분할 마력이 있다고 답했다이디스는 그에게서 사제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후 그저 후작의 말을 들으며 얌전히 때를 기다렸다. 16세가 되던 해, 사제 시험이 열리던 때에 집을 몰래 빠져나와 이스나의 대신전으로 향했다후작가에서 가지고 나온 패물을 검으로작고연약하고아름다운 모습을 방패로 삼았다사제 시험을 통과한 그녀는 마침내 원하던 사제가 되어가문의 성을 버릴 수 있었지만손목과 발목의 꽃들로 여전히 제 흉터를 가리는 것을 보면글쎄그로부터 온전히 벗어났다 말할 수 있을까?


목걸이 : 어느 고위사제로부터 축성을 받은 이디스만의 성물이디스가 후작가에 있을 적에 만나 마력의 존재여부를 봐줬던 사제가후에 이디스가 사제 서품을 받게 된 후 만났을 때 기념으로 선물한 것이다그 사제 본인은 정식사제이지만그 또한 이전에 사제가 될 적에 선물 받은 것이라는 듯이디스의 유일한 보물이다.


능력 : 이디스의 이리즈나로서의 능력은 단지 민들레 홀씨 덩어리를 피워내는 것만이 아니라그 홀씨 개개의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다보통은 아무 명령도 내리지 않아 사방으로 자유로이 퍼지지만명령을 내리면 상대의 눈가에 달라붙어 시야를 가리거나코 속으로 들어가 호흡에 방해를 주거나 할수있다가문에서 몰래 빠져나올 적에이 능력이 없었더라면 이디스는 경비병들에게 붙잡혔을지도 모른다.


성격 후작가에 있을 때이디스는 스스로를 아름다움 외에는 쓸모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자신이 사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사제가 된 후에는자신의 존재 이유는 저처럼 상처받고 고통 받은 이들을 수호하고 치료하기 위함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다이디스는 어떤 불행은 그저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그녀는 제 가족들이 죽고노예가 되어 팔렸던 그 불행이 오로지 여신이 봉인되어 사라졌기 때문에여신의 은총이 자신에게 닿지 못했기 때문에 닥쳐온 것이라고 이해했다그렇다면 또 다른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더 만들기 전에혹은 제게 더 이상의 불행이 닥쳐오기 전에자신의 모든 쓸모를 다 해서라도 여신의 해방을 도와야겠구나이디스는 살고 싶어하지만그보다 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한다.

 




선 관계 캐릭터: X

 


1챕터 부상/사망: O

2챕터 부상/사망: O 

3챕터 부상/사망: O

4챕터 부상/사망: O

 


조사중 즉사트랩에 의한 사망: O

 



흑막신청 여부: X

 


그리시는 빅-픽챠-: X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디스, 미아  (0) 2018.08.10
이디스 철푸덕 하는 썰  (0) 2018.08.10
다시 피어나다  (0) 2018.08.10
작별  (0) 2018.08.10
.  (0) 2018.08.10
...아, 여기가 어디지?

벚꽃나무를 올려다보던 이디스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부모님은 어느새 어디론가 멀리 사라져버린 후였다. 잠깐 손을 놓고 주위를 구경하던 사이에 떨어져버린 모양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부모님으로부터 멀어졌으리라. 꽤나 연로한 두분은 어린 외동딸에 대한 걱정이 지대하신 분들이었다. 제가 사라졌으니 분명 크게 걱정하여 길을 샅샅이 뒤지며 헤매시겠지. 이디스는 얌전히 길 가장자리,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무 골목의 입구에 가서 앉았다. 이런 처음오는 장소에서 길을 잃었다고해서 사방팔방으로 헤매면 되려 동행인과 멀어지기만 할 뿐이라는걸 잘 알고있었다. 이럴때엔 그저, 길을 잃은것을 깨달은 즉시 그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게 제일이리라.

사람들이 몇 지나갔다. 나나츠지야의 모습과 다른, 서대륙에 가까운 외형에 새하얀 꼬마아이인 이디스는 꽤나 시선을 끈 모양이었다. 누군가가 와서 물었다. 아가, 이곳에서 혼자 무얼하니?

"부모님을 기다리고있어요."
"금방 오신다고 했니? 요즘엔 나아졌긴 했지만 이쪽 골목안은 아직 위험할텐데... 이 안으로 들어가진 말으렴. 무서운 괴물이 잡아갈지도 모른단다."

네 부모님도 분명 금방 오실거야. 그는 제 갈길이 바쁜지, 그렇게 말하고는 걱정스런 눈길로 망설이다가 이디스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종종걸음으로 다시 걸어갔다. 친절한 사람이네, 생각하며 이디스는 골목안을 힐끔 바라보았다. 저 멀리에 붉은 등이 건물마다 달려있었다. 아, 그런 곳이구나. 이디스는 얌전히 시선을 돌렸다. 나나츠지야에서는 홍등가, 라고 불리던가. 유락. 요즘에는 확연히 줄어들었다고는 했지만, 나나츠지야는 여전히 노예업이 합법인 곳이었다. 이전에는 정말 악질적인 이들은 아무 사람을 잡아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 신수님께서 강경히 막아서고 있다고.

문득 드는 기쁨에, 아이는 나지막히 웃었다. 원하시던대로 그들의 길을 더 정의로운 곳으로 인도하고있을 새신수님. 잘 지내고 있으실까?

2년 전의 맺음달, 아이는 부모님과 함께 여신님에게 평소처럼 기도를 올렸었다. 그날 밤 꿈은 길고도 길었다. 작은 민들레가 피고, 지는 꿈이었다. 깨어난 아이는 펑펑 울었다. 부모님이 놀라 달려올정도로 서럽게 울고는, 그 많은 약속들을 떠올리고. 과거의 이디스와 현재의 시아가 서로를 인정하기까지는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아이는, 8살의 시아와 22살의 이디스가 손을 꼭 잡고 하나가 되어서.

아니, 그래도 길을 잃는건 너무하지. 22살의 이디스는 조금 우울해졌다. 이게 다 너무 들떠서 그래. 이곳에 오면 나나츠지야의 분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잠깐 손을 놓은 사이에 흐드러진 벚나무들을 보고는 여기까지 와버려서- 부모님이 아주 많이 걱정하실게 분명했다. 어쩌면 다시는 여행같은건 가지 말자고 하실지도 모르지. 길을 잃은적은 그다지 없었는데. 이번생에는 아직 한번도. 전생에는......

다시 밀려오는 추억에 이디스는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그때 길을 잃었을때는 여신님이 손을 뻗어주셨지. -여신님처럼, 상냥한 칭칭님이. 지금보다 몇배는 막막하고, 바닥이 전부 무너져내리는것같은 좌절감속에서. 초조함에 둘러쌓여있던 자신을 도와줬었다. ...칭칭님은 어디에 있을까. 환생을 했을까? 자신처럼 기억을 떠올렸을까? 다른 이들은. 아벨님은, 나기님은, 린님은, 파타드님은, 아낙크마님은. 지금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있을까. 우리는 다시 만날수 있을까?

저벅,

아주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햇볕을 받던 제 몸에 온통 그림자가 졌다. 눈앞에는 흰 양말과, 샌들 비슷한 모습의 나무와 끈으로 된 신발이 놓여있었다. 소리만큼이나 크기도 작다. 사람, 소녀? 고개를 들자 옷이 보였다. 나나츠지야 전통의, 화려한 꽃장식이 수놓아진 보랏빛의- 기모노, 유카타? 어느 이름이더라. 단지 예쁘다는 것만 떠올랐다. 조금 더 고개를 들자, 조금은 어둡지만 확연히 보이는. 꽤나 어려보이는 얼굴에, 이리즈나의 피부색. 양쪽으로 묶어올린 동그란 머리. 보랏빛에, 꽃은 다르지만. 손에는 우산을 들고. 환한 미소가-

소녀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저를 꼭 끌어안았다. 쭈그리고 앉아있던 이디스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아픔보다도, 얼떨떨함이 앞섰다. 제 품에 꼭 안긴- 제 나이또래의 작은 이리즈나 소녀. 이 꽃의 이름은 무엇이더라, 분명 투구꽃은 아니었지만.

"-이디스, 찾았다!"

그 따스한 향을 어찌 잊을까. 당신의 품은 여전히 포근한것을. 이디스는 칭칭을 마주 꼭 끌어안았다. 오래전의 마지막, 그 땅에서 헤어지기 전에 꼭 안아주었던것처럼. 그보다 이전, 민들레도 투구꽃도 활짝 피어있던 때에 서로를 지탱하며 꼭 안아주었던 것처럼. 그보다 이전, 길을 잃었던 아이가 사제의 도움으로 제 길을 되찾았던 때처럼.

보호자의 손을 다시 잡은 미아는 엉엉 울었다. 그리고 더는, 울지 않았다.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필]이디스  (0) 2018.08.10
이디스 철푸덕 하는 썰  (0) 2018.08.10
다시 피어나다  (0) 2018.08.10
작별  (0) 2018.08.10
.  (0) 2018.08.10
칭칭과 이디스가 옷사러감. 정확히는 이디스가 어, 가을옷이 좀 필요한것 같은데... 하고 중얼거리는걸 들은 칭칭이 가자. 하고 바로 끌고간거. 이디스는 어? 어??? 지금요??? 하다가 그대로 따라서 거리로 나섬.

이디스는 그냥 아무 튜닉이나 사서 올 생각이었음. 그런데 가게에 갔더니, 나나츠지야에서 새로 들어온 물품이라며 파스텔톤의 세라복이 쭉 전시되어있었음. 흰 바탕에 카라와 리본만 연분홍인게 눈길을 끌어서, 이디스는 그 옷을 구경하고있었음.

입어보지그러니?

칭칭의 말에 이디스는 눈을 깜빡이다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음. 예쁘기도 했고, 독특하기도 했고 신기해서. 옷을 들자 점원이 세트라며 같은 색의 스커트를 건넸음. 이디스는 탈의실에 쏙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음.

연분홍 포인트의 세라복은 꽤 잘어울렸지만 스커트가 제 무릎위로 올라오는걸 본 이디스는 기겁했음. 치마가 너무 짧아요...! 하고 탈의실 커튼에 꼭 붙은채 나오지 않는걸 보고는 칭칭은

무얼. 아까 보니 충분하던데.

하며 가차없이 커튼을 홱 젖혔음. 그리고 잠시 이디스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꼭. 사라고 강조했음. 이디스는 으아아... 하고 손으로 스커트를 꾹꾹 잡아내렸지만 거울을 보니 예쁜 옷이기도 하고, 칭칭님도 마음에 들어하는것같고. 한벌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꾸닥거리며 동의함.

세라복만 입기에는 다소 쌀쌀한 날씨라, 가디건도 하나 골랐음. 조금 더 짙은 색의 폭신한 소재였는데, 굵은 털실로 짜여있어 이디스가 위에 옷을 걸치자 굉장히 따뜻하고 포근했음. 플랫슈즈 비슷한것도 사고! 만족스러운 쇼핑이었음.

돌아오는길에 이디스는 제가 산 옷들을 보다가, 문득 이 옷을 입고 칭칭과 함께 산책을 가면 어떨까 생각했음.

저, 칭칭님.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왜?
그게, 새 옷도 샀고..... 어... 저랑 데이트 해주세요!

이디스의 말을 들은 칭칭은 크게 웃더니, 우리 아가가 다 커서 이젠 데이트 신청도 할줄 알게되었냐고 놀렸음.

아가 아니고 다 큰 이디스에요!
내 눈에는 아직도 아가인걸.

장난스레 대답한 칭칭은 내일 괜찮다고, 점심이라도 함께 하자고 답함. 이디스는 입술을 비죽 내밀면서도, 기분이 꽤 좋았음.

그리고 다음날, 이디스는 아침부터 새 옷들을 꺼내놓고 거울앞의 제 모습을 살폈음. 기르기 시작한 머리는 가슴아래까지 찰랑여서, 옆머리만 땋아 뒤로 넘겨 묶자 꽤 괜찮았음. 세라복에, 치마에, 속바지에, 흰양말에 플랫슈즈. 생각보다는 만족스러운 모습이 나왔길래, 이디스는 속으로 뿌듯해했음. 이정도면 칭칭님도 오늘은 아가라고 부르지 않으시겠지!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온 이디스는 부지런히 걸었음. 다리는 시원해서 조금 신경쓰였지만, 속바지도 입었고. 신발도 편하고. 가디건도 폭신폭신하고! 오늘은 완벽할ㄱ-

턱, 하고 발치에 돌부리가 걸렸음. 어, 하고 이디스는 순식간에 앞으로 대자로 철푸덕 넘어졌음. 손바닥도 무릎도 땅에 부딪혀서 아팠지만, 그보다 부끄러움이 더 했음. 아... 아냐, 여기는 사람도 별로 없는 골목이니까. 분명 아무도 못봤을거야...

아가?

아아아ㅏ아ㅏㅏㅏㅏ하고 이디스는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음. 왜?! 어째서?!?! 약속시간까진 10분이나 남아있는데?! 왜 벌써 오셔서 하필 지금 마주치시는거죠?!?! 하고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겉으로는 아무 소리도 못내고, 넘어진 모습 그대로 미동도 하지않고 바닥에 착 달라붙어있었음.

이디스, 아가. 괜찮니?

처음에는 웃음기가 섞여있던 칭칭의 목소리가, 이디스가 움직이지 않자 어느새 걱정이 섞였음. 많이 다쳤어? 괜찮니?? 하고 다가오는 소리에 이디스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음. 괘괘괜찮앟악, 황급히 대답하다가 혀까지 씹었음. 그리고 대답에 칭칭은 되려 가까이 다가와서 이디스의 팔을 잡았음.

아가, 얼굴좀 보자. 응? 괜찮은거니? 어디가 그리 다쳐서.
아아니... 진짜로... 괜찮은데...
그럼 왜 얼굴을 자꾸 가리고.
그... 게.... .........서...
응?

고개를 들자, 이디스는 꽤나 엉망이었음. 얼굴은 새빨갛고, 눈가는 울먹울먹하고. 옷에는 흙도 좀 묻어있고.

부... 끄러워서....... 다친데는 없는데..... 저... 저 아가 아닌데.... 아니, 이거... 아파서 눈물난것도 아니고...

넘어진데다 혀까지 씹어서 너무 부끄럽다고, 더듬더듬 이야기하는 이디스를 보던 칭칭은 잠시 침묵하다가. 웃음을 터트리곤 이디스를 꼭 안아주었음. 그게 부끄러워서 그러고 있었냐고, 도로 민들레가 되어 땅에 심길 생각이었냐고. 그러곤 손이랑 팔다리에 묻은 흙도 같이 털어주고, 다친데도 있나 살펴주고. 다시 일어나 손도 꼭 잡고. 시작부터 엉성하지만, 즐거운 데이트를 시작했음.

"……저 정말로 아까만 실수로 넘어진거에요."
"그래, 아가가 아니라 멍청이라고 불러주마. 우리 귀여운 멍청이."
"…………그, 그건 아가보다 싫은데, 아니, 살다보면 누구나 다 넘어질수도 있는거니까요!"
"완벽한 칭칭은 아닌걸."
"칭칭님도 저번에 그러셔놓고."
"언제?"
"그, 작년 겨울에 눈길에서- 악, 악!!! 칭칭님, 간지러워요!!"
"그때 분명 잊으라 내 말했는데, 아직도 담아두고 있다니. 벌칙은 간지럼이란다."
"꺄학, 학...! 아… 저도 간지럽힐거에요?! ……흐, 으아..! 잘못, 잘못했어요, 칭칭님! 진짜로 잊을, 꺅, 테니까, 그만요..!!"
"또 그 이야기가 나오거든 간지럼을 두배로 태워줄것이야."
"흐어... 아.... 알겠어요, 약속이에요..."
"그래, 약속."
"칭칭님거 이야기 안하는대신, 제것도 이야기 안하기에요?"
"글쎄- 앞의 약속은 하겠지만 뒤의 건 모르겠는걸?"
"아, 칭칭님!"

엉성하지만, 즐겁게. 손을 꼭 마주 잡은채로.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필]이디스  (0) 2018.08.10
이디스, 미아  (0) 2018.08.10
다시 피어나다  (0) 2018.08.10
작별  (0) 2018.08.10
.  (0) 2018.08.10


     어쩌면, 꼭 이런 맑은 봄날이었을것이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 한점 찾기 힘든 선선한 날이었다. 이스나의 봄은 특히나 따스했다. 그리 멀지 않은 항구로부터 밀려오는 바다내음이 유난히도 코끝을 간질였다. 작은 아이는 골목의 민들레에게 인사했다. 안녕, 아가야. 오늘도 잘 지냈어? 낭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이파리를 조금 손가락으로 간질였다. 꽃의 대답은 없었지만, 아이는 그저 웃고는 말을 건넸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오래 이야기하다 갈것같아. 이곳은 햇빛도 잘 들고, 조용해서... 머무르기에 좋지? 나는- 이전에도, 지금도. 이곳이 정말 좋거든. 따뜻하고 안전한- 여신님의 품같은 곳이라서."

     이리즈나? 아니. 민들레를 쓰다듬는 손끝은 풀빛보다는 우유빛에 가까웠다. 우유 한컵에 아주 조금의 초콜릿을 뿌린것처럼, 꽤나 맑으면서도 건강한 빛. 어디를 보아도 평범한 인간이었다. 일곱살, 여덟살쯤 되었을까? 어깨에 닿을듯 말듯 한 새하얀 머리. 새하얀 구두. 새하얀 원피스에는 주홍빛 허리띠를 둘러 포인트를 주었고, 그 외에 아이를 감싸고있는 색이라고는 머리의 노란 민들레 핀 뿐이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기색이, 어디를 보아도 아이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웃을때만은 그 또래의 기운을 한껏 드러냈다.

     "이렇게 인사를 해도 네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건 아쉬워... 너는 뭐라고 이야기하고있을까? 내 인사를 받아줬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매일 이야기 나눈 친구니까, 기억해주겠지?"

     아이는 손끝으로 잎을 톡 건드렸다. 바람이 불어, 마치 화답하듯 꽃잎이 조금 흔들렸다. 아이는 웃곤 그 옆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원피스가 더러워질테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옛날에, 민들레의 아이가 하나 있었어. 그 아이는 항상 길을 헤매는 멍청이였는데- 그래도 소중한 사람들이 잔뜩 생겨서. 과분할정도로 사랑을 받았어. 그 애는 행복했대. 근데 행복을 더 느끼고싶었는데-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더는 그 사람들 곁에 있을수가 없었어. 민들레의 아이는 자기가 선택했던 길이라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뒤에 남겨두고 온게 너무 눈에 밟혀서.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결국 꼭 잡고 놓질 못해서. 그랬더니 여신님이 마지막 기도를 들어주셨어. 정말로 마지막의 마지막에, 결국은 들어주셨어. 민들레의 아이는 지금은 그냥 아이야. 하지만 너무너무 기뻐.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만나러 가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거든. ...재미 없는 이야기다, 그치?"

     당신은 앞으로 한발자국을 내딛었다. 소리가 나지막히 울렸다. 당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있던 아이는, 문득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까만 눈이- 아니. 당신은, 기억속의 주홍빛 눈을 떠올렸다. 햇빛을 받으면, 언뜻 금빛으로도 보였던 색이었다. 눈이 커졌다.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다가, 깜빡. 깜빡깜빡. 한참을 말이 없다. 그러다 문득 일어나서 환하게 미소지으며,

     "안녕하세요, 저는 시아라고 해요. 올해로 일곱살이고, 이 근처에 살아요."

     아이답지 않은 똑부러진 말투로 인사한다. 고개를 조금 숙이며 한손을 가슴께에 얹고, 다른 손으로는 치맛자락을 잡은 채 무릎을 살짝 굽혔다 펴는 방식은 이스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오르카에서 볼수있는 귀족간의 인사방식이다. 고개를 들자 장난스런 표정이 어린다.

     "그리고 오래전에는- 이디스라고 불렸어요. 데네브의 딸, 이디스입니다. 사제로서 함께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라고."

     새하얀 아이는 당신에게- 소중한 동료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디스, 미아  (0) 2018.08.10
이디스 철푸덕 하는 썰  (0) 2018.08.10
작별  (0) 2018.08.10
.  (0) 2018.08.10
.  (0) 2018.08.10


     당신에게, 나를 기억해달라 하지 말걸 그랬다.

     오랫동안 묶여있던 머리는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꽤나 구불거렸다. 쪽지를 주워드는, 니알라의 부름을 받고 걸어가는.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새끼손가락이 아파왔다. 살아있을때, 그 손에 실반지가 있었더랬다. 당신이 만들어줬더랬다. 소원을 빌라고. 작은것은 이루어질거라고. 실은 소원보다는 당신에게 무언가를 받은것이 기뻤다. 소중한 이에게 받은 선물이라서. 끊어져야 소원이 이루어진다기에, 그럼 소원이 이루어지면. 끊어진 반지는 로켓에 넣어 가지고다닐거라고. 첫번째 소원은 무엇이었는지, 당신은 기억하고있을까?

     당신과는 꽤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 중 어느것도 당신을 제대로 본 것은 없었던것도 같다. 당신은 나와 대화할때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어떤 목소리였더라? 무슨 생각을 했을까. 들었던 말들 중, 진심이 담긴것이 있었을까. 우리는 대화를 나누긴 했을까? ......그저 말의 오고감일 뿐이었을까.

     이사나- 아니, 양춘희라고 했던가. 춘희. 다시 중얼거려도 동대륙의 이름은 꽤나 어려웠다. 봄, 여름, 겨울. 당신은 오래도록 아팠다고 했다. 이곳에서도 항상 약이 두주먹은 되었다. 처음에 볼때부터, 항상. 유리같다고 생각했다. 투명히 속이 비쳐- 속에는 흔들흔들. 촛불이 일렁였다. 촛불의 빛은 푸른빛. 작지만, 분명한 불빛이. 그 불빛이- 촛불이 아니라, 제 속을 태우는 지옥불이었을까?

     이제는 제 손에도, 당신의 손에도. 우리가 주고받았던 마음은 남아있질 않았다. 자신이 주었던 소망도, 당신이 주었던 소원도. 이 길이 너무도 험해 오던길에 다 떨어뜨려버렸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당신은 내게서 소망을 받긴 했을까, 당신이 내게 준것은 소원이기는 했을까. 제 손을 내려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남은것은 그저 죽어, 바닥이 비치는. 아무것도 남지않은 손. ......당신은, 자신처럼 돌아오지도 못할것이다. 봉인구의 속으로 그대로 사라져버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있잖아요, 춘희님. 당신은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차라리 죽질 그랬니, 전부 죽으렴. 하고 생각하셨나요? 아니면 그 손길 마지막에. 다른 생각이 섞였나요?

     우리가 오래전, 단 것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때를 기억하나요? 그때 저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이사나님을 기억해요. 하지만 그게 춘희님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때에 보았던 당신은, 어쩌면 즐거워보였던것도 같았는데.

     ......그럼에도 당신과의 만남과, 그 모든 주고받음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뭐라고 말할까요. 미련하구나, 멍청하네. 조소를 날릴까.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까. 그도 아니면, ......

     잘가요, 내 친구. 이사나. 춘희. 당신을 알게된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당신이 원하던대로- 모두 죽게 하지 않아서 미안해요. 당신의 곁에, 영도님과 다른분들 외에. 누구도 더 보내지 않아서. 부디, 모든것을 깨끗이 잊어버리고. 다음생에는 아주아주 건강하게 태어나주세요. 잔병치레 한번 안하고, 약한번 먹지 않고. ......그리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아주아주 행복하게. 오래도록 살아주세요. ...이건 약속이 아니라 부탁이에요. 안녕히.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디스 철푸덕 하는 썰  (0) 2018.08.10
다시 피어나다  (0) 2018.08.10
.  (0) 2018.08.10
.  (0) 2018.08.10
.  (0) 2018.08.10



     새벽이 유달리도 고요해 차라리 눈을 감았었다.

     언제나의 새벽-누군가는 늦은 저녁이라고 주장했지만-의 풍경은, 항상 같았다. 주로 자신과, 레인과, 아낙크마. 그리고 종종 페가시와 아벨. 더 늦은시간에 잠깐 나타나는 파라. 가끔 보이는 시에라. 가끔 나타나 대체 언제 잘 생각이냐고 물음을 던지고가는 즈이. 그 외에도 몇몇. 주위가 고요해 모두가 잠든것같으면, 그 침묵이 무서워 말을 꺼내곤 했다. 무엇이든, 한마디면 금세 다시 깨어있던 이들이 말을 꺼내고. 그러면 다시 소란스러워져서. 우리의 밤은 오후처럼.

     다시 눈을 떴다. 항상 눈에 보이던 밤하늘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네요. 새벽인데 밤하늘이 없다니.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분명 어제 밤에도 있었는데.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매일마다 칭찬을 받아가겠다고 하던. 그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 선명한데.

     무엇때문에 그런 모습이 되신건가요. 말을 걸어도 답하는 이는 없었다. 항상 논리적으로 사고하시던거, 당연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하셨잖아요. 뭐에 그렇게 절망하셔서, 무엇때문에. 그렇게 짙은 어둠이 되어버리셨나요? 무사히 돌아오셔달라고 했잖아요, 그러실거라고. 장점 5개 받아낼거라고 하셨잖아요. 마지막에 대답할걸 그랬어요. 원해서 그렇게 된게 아니더라도, 깎을거라고. 그렇게 말했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아낙크마님이 더 조심하게 되어서,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일행과 떨어졌던 분들.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이 없었잖아요. 모두가 그랬어요. 그리고 일행과 떨어져있던 아낙크마님 마저. 결국은. 어쩌다가 그렇게 되셨어요. 그렇게나 곁에 다른분들이 많았는데, 소리하나 내지 않고 사라지셔서. 이렇게 나타나, ......바보, 멍청이. 길도 못찾는 미아 신수님.

     그렇게 많은 꽃들을 데려가시고도, 여신님께서는 정원의 꽃이 부족하셨을까요. 그래서 이제는 은빛 꽃마저 데려가시는걸까요? 벌써 정원은 가득 찼는데. 쌓인 꽃만으로도 봄을 채우고 여름을 덮어, 가을로 흘러넘쳐 겨울에까지 닿는데. 더이상 다른 분들을 데려오지 말아달라고, 그렇게나 기도했는데. 기도가 잘 닿지 않았나봐요. 봄꽃과 씨앗과, 이제는 겨울꽃까지 왔어요. 검은 대지의 은빛 꽃님만은, 이런 검은 대지에 남지 않기를 바랐는데.

     바닥의 잿가루를 몇번 손으로 쓸어보았지만, 여전히 닿는 것은 없었다. 이곳에서 죽은 이는 다시 살아나 우리 곁으로 오게 되니, 아낙크마님도 돌아오시겠죠. 근처에 앉아, 평소처럼 무릎을 끌어안은채. 잠시동안 머물렀다. 그리고는 일어나, 바닥에 하나 둘. 홀씨를 떨어뜨렸다. 자신이 돌아가면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전에 보일지도 의심스럽지만. 홀씨를 바라보다, 다시 긴 복도로 향했다. ...돌아오세요, 뭉근체첵님. 우리는 할 이야기가 많아요. 마지막 속삭임만이 홀씨와 함께 남았다.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피어나다  (0) 2018.08.10
작별  (0) 2018.08.10
.  (0) 2018.08.10
.  (0) 2018.08.10
악몽  (0) 2018.08.10


     -심장이 멎을듯한 서늘함과, 눈앞의 광경에 대한 고통을 기억한다.

     제 몸을 꿰뚫던 아픔과, 주위의 소리. 숨과 함께 빠져나가던 생명. 죽음이라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끔찍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픈것은, 저는 또다시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아직 아물지 못한 마음에. 다시 상처를.

     미안해요. 저는, 희생은 고귀하거나 숭고한, 특별한 행동이 아닌. 그저 모두를 슬프게하는 죽음일 뿐이라는걸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싫었어요. ...누군가 죽는 것을 보는게 더는 싫었어요. 원하지 않을거란거, 알고있었어요. 그래도 살아줬으면 했어요. ......그대로, 져버려서 미안해요. 부디, 더이상 이곳에 누군가를 남기지 말아주세요.

     점점 시야에 빛이 들어왔다. 이디스는, 이 느낌이 무엇일지를 알고있었다. 결국 자신도 이곳에 묶였을까. 빛이 바란채 바닥이 그대로 비쳐보이는 손, 손목에 피어났던 민들레는 새하얀 홀씨덩어리들이 되어있었다.

     "아-"

     한참을 제 손을 내려다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돌아가야지. 돌아가자, 모두에게로. ...많이 혼날까. 문득 겁이 났지만, 그럼에도 보고싶은 소중한 이들에게로.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별  (0) 2018.08.10
.  (0) 2018.08.10
.  (0) 2018.08.10
악몽  (0) 2018.08.10
당신은 저를 무엇으로 생각하시나요?  (0) 2018.08.10


     당신의 목소리는 절절한 고통이 가득했다. 어째서 당신은, 스스로를. 장식용 외에는 쓸모가 없는 무능한 선인장이라고. 어째서 스스로를 관상용일뿐인 꽃에 지나지 않는다고. 사람이 아니라.
 
     저도 모르게,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주 오래전, 사제가 되기 이전에. 자신을 꽃이라 불렀던 자. 자신이 산 가장 예쁜 꽃이라고. 이리즈나를 사람이 아닌 꽃이라 부르는 이는, 그 대접도 사람이 아닌 꽃으로 대했다. 자신은 화분과도 같은 작은 방에 갇혀있었고, 땅속에 두발이 심기듯 자유를 빼앗긴채. 상대가 원할 때 원하는 것만을 보고, 듣고, 배우고. 

     하지만 자신은 사람이었다. 숨을 쉬고, 화를 내고. 울고. 자신이 가고싶은곳에 가고, 듣고싶은것을 듣고, 먹고싶은것을 먹는. 하고싶은것을 하는. 생각할줄 알고, 자기 자신을 가지고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도망쳐, 사제가 되었다. 그때부터 꽃이 아닌 사람으로, 사제로 대접받게 되었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였다.

"히스님. 히스님은 무능한 선인장이 아니에요."

     자신의 목소리가 꽤 차갑게 울렸다. 누구에게 내는 화일까. 어쩌면, 과거에 자신을 꽃이라 불렀던 자에게.

"히스님은 장식용이 아니에요. 히스님은 분명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더라도 히스님의 존재는 변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방구석의 화분에 담겨, 실낱같은 햇빛을 갈구하며 시들어가는 존재가 아니에요. 히스님은 소중한 제 동료고, 훌륭한 사제님이고. 저희들을 몇번이나 치료해주시고,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에요. 히스님. 우리는 꽃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히스포르테님. 저는 민들레가 아니라 이디스에요. 칭칭님은 투구꽃이 아니라 칭칭님이시고요. 히스님도, 선인장이 아니라 히스포르테님이에요. ...그러니까, 그런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을 다시 꼭 안아주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당신도. 그 마음에서 벗어나기를 그저 간절히 소망했다.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18.08.10
.  (0) 2018.08.10
악몽  (0) 2018.08.10
당신은 저를 무엇으로 생각하시나요?  (0) 2018.08.10
.  (0) 2018.08.10


     황금빛 민들레가 넘실대던 들판이 끔찍한 화염에 휩싸였다.

     이디스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작고 무력한 손은 조금 전 넘어져서 바닥이 조금 까졌다. 그 아픔보다, 주위에서 흐르는 고통이 끔찍해 숨을 쉬기 힘들었다.

     엄마, 아빠, 어디있어? 나 무서워. 왜 할아버지가, 언니가, 할머니가, 아줌마가, 오빠가, 아저씨가, 다 바닥에 누워있어? 이건 무슨 냄새야? 왜 우리집이 불타고있어? 이사람들은 다 뭐야? 우리가 뭘 잘못했어? 왜 우리를 잡아가? 대체 왜? 왜? 왜?

     이디스가 뒷걸음질치자 무언가 발에 채였다. 아냐, 뒤돌아보지 마. 그녀 속의 무언가가 속삭였다. 보지마, 안돼. 하지만 이디스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았고. 텅 빈 엄마의 눈이. 아무곳에나 뒹구는 아빠의 목이.

     무언가 뒤에서 잡아당겨 이디스는 그대로 넘어졌다. 땅을 짚은 제 손은 어느새 커져, 팔목에 민들레를 두른채. 한손에는 장갑, 나머지 손에는 반지. ...나는 이만큼이나 자랐어요. 그러니까 더이상, 무력하지 않,

     '정말?'

     이디스는 고개를 들었다. 시체는, 어느새 아는 얼굴이 되어. ... ... ... ...그들은.

     

     이디스는 눈을 떴다. 덜덜 떠는 손 끝으로 모포자락이 쥐였다. 모포를 꼭 잡고 몸을 웅크린 채,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주위의 이들은 어느새 일부는 일어나 제 할일을 시작하고, 일부는 곤히 잠들어있었다. 그건 꿈이었어. 모포를 쥔 손에 힘이 빠졌다. 괜찮아, 꿈이야. 나는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

     '정말?'
 
     귓가에 대고 누군가 속삭이는 기분이 들어, 눈을 감았다. 괜찮아요, 이겨내야해요. 나는 이만큼이나 자랐으니까. 더는 무력해서는 안되니까. 그러니까 악몽 이야기는 오늘로 끝이에요. 더는 말해선 안돼요. 나는-. 스스로를 타이르던 말소리는 점차 줄어, 어느새 이디스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죽음보다 깊은 휴식을 청하기 위해.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18.08.10
.  (0) 2018.08.10
당신은 저를 무엇으로 생각하시나요?  (0) 2018.08.10
.  (0) 2018.08.10
밤하늘  (0) 2018.08.10





     '소원, 생각났어요.'
     '제 치료를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저를 거절하신거에요.'

     그때, 자신의 말에. 당신은 뭐라고 대답했었더라.





     오늘은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조사도 나쁘지 않았다. 되려 치료도 받고, 꽤나 즐거운 기분으로. 길찾기는 조금 힘이 들었지만,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었다. 조사에서 돌아왔을때, 이렇게 다들 덜 다쳤던 때가 언제였더라. 어쩌면.. 조금은 기뻤던것 도 같다. 다른 팀 분들이 다쳤을때는, 정말로 걱정했지만. 적어도 치료할 환자가... 이전보다는 적었으니까. 그래서, 괜찮을거라고.

     ...연주가 울려퍼졌다.

     이상한 연주였다. 녹턴은 음악에 홀린 듯 연주를 계속했고, 모두가 고통에 빠졌다. 주위를 둘러보자 모두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자신이, 남은 치료 횟수가. 아무것도. 가장 다친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중에도 치료를 계속하는 사제들. 당신. 당신은 되려 자신을 치료해주고는,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여주고. 과치료로 스스로 상처를 입으면서. 그렇게 계속,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당신은 자신에게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도닥이고. 돌보고. 위로해주고. 당신이 기다려주겠다고 했을때,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아프지 않을리가 없는데, 어째서 자신에게는 기대지 않을까? 언제나 괜찮다, 멀쩡하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치료해라, 그렇다면 당신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뿌리라고 했지만, 당신이 자신을 의지하고 있을까. 문득 그런 불안감이 들었다.

     새하얀 펜던트의 힘으로 신성력이 조금 돌아왔을때, 또다시 당신은 치료를 하러 갔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행동했을테지만. 하지만...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하고 가라는 자신의 치료를 또 거절했을 때에.

     ....어리광이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당신이 말했던 대로, 자신은 여전히 생각이 짧은 아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거절당한 것은. 마음이 아파서.

     칭칭님. 저를, 의지해주세요.

     '우리 아가 다 컸네.'

     당신은, 자신을... 같은 동료로 인정해주고 있을까?





     당신이 치료를 위해 다녀오는동안, 가만히 생각했다. 꽤 슬펐다가, 조금 화가 났다가. 우울해졌다가... 결국에는. 결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꽤 나은 당신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칭칭님."

     자신의 부름에, 당신은 자신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았을때와는 다른, 줄기가 이리저리 밖으로 나와있는 모습이. 이전처럼 멀쩡하지 않다고 그 속을 비추고있는데. 당신은, ......당신에게, 자신은 아직도 길 잃은 멍청이에 지나지 않을까?

     "이디스."
     "...칭칭님, 저를 앞으로 아기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는... 저는 이디스이고. 칭칭님이 기댈 수 있는 뿌리에요. 그저 제가 기대기만 할뿐인 관계라면, 저는 더이상 칭칭님을 볼 면목이 없어요. ......칭칭님이 기대지 않으신다면, 저도 기대지 않을거에요. 저를... 같은 사제로 생각해주세요."

     말을 끝내고,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저 당신의 대답을 기다렸다. ......당신이, 자신을 무엇으로 생각할 것인가. 그 답을.







(*칭칭님...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얘가 어린애라 정말 미안해요......(머리박음))


'자캐 > 이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18.08.10
악몽  (0) 2018.08.10
.  (0) 2018.08.10
밤하늘  (0) 2018.08.10
.  (0) 2018.08.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