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목소리는 절절한 고통이 가득했다. 어째서 당신은, 스스로를. 장식용 외에는 쓸모가 없는 무능한 선인장이라고. 어째서 스스로를 관상용일뿐인 꽃에 지나지 않는다고. 사람이 아니라.
 
     저도 모르게,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주 오래전, 사제가 되기 이전에. 자신을 꽃이라 불렀던 자. 자신이 산 가장 예쁜 꽃이라고. 이리즈나를 사람이 아닌 꽃이라 부르는 이는, 그 대접도 사람이 아닌 꽃으로 대했다. 자신은 화분과도 같은 작은 방에 갇혀있었고, 땅속에 두발이 심기듯 자유를 빼앗긴채. 상대가 원할 때 원하는 것만을 보고, 듣고, 배우고. 

     하지만 자신은 사람이었다. 숨을 쉬고, 화를 내고. 울고. 자신이 가고싶은곳에 가고, 듣고싶은것을 듣고, 먹고싶은것을 먹는. 하고싶은것을 하는. 생각할줄 알고, 자기 자신을 가지고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도망쳐, 사제가 되었다. 그때부터 꽃이 아닌 사람으로, 사제로 대접받게 되었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였다.

"히스님. 히스님은 무능한 선인장이 아니에요."

     자신의 목소리가 꽤 차갑게 울렸다. 누구에게 내는 화일까. 어쩌면, 과거에 자신을 꽃이라 불렀던 자에게.

"히스님은 장식용이 아니에요. 히스님은 분명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더라도 히스님의 존재는 변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방구석의 화분에 담겨, 실낱같은 햇빛을 갈구하며 시들어가는 존재가 아니에요. 히스님은 소중한 제 동료고, 훌륭한 사제님이고. 저희들을 몇번이나 치료해주시고,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에요. 히스님. 우리는 꽃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히스포르테님. 저는 민들레가 아니라 이디스에요. 칭칭님은 투구꽃이 아니라 칭칭님이시고요. 히스님도, 선인장이 아니라 히스포르테님이에요. ...그러니까, 그런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을 다시 꼭 안아주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당신도. 그 마음에서 벗어나기를 그저 간절히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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