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가 천년을 살면, 여우의 신인 천호의 자리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들었단다.
언제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오래전, 한 나이 많은 동족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그녀는 제 어머니의 친우라 했고, 어머니의 성품-꽃을 사랑하고, 생명을 귀히 여기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지녔던 이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동족들을 찾아왔을 때의 매는 참으로 어리고 순진했고, 다름을 숨기지 못하는- 혹은 숨기지 않는 그 모습에, 동족들 사이에서는 금세 소문이 나돌았다. 몇 십년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떠돌다, 매가 지쳐갈 무렵 도착한 어느 동족들의 마을에서. 제 어머니를 안다 하였던 그녀는 매를 보살펴주곤 하였다. 어느날의 매가 동족들의 멸시와 제 스스로의 궁금에 참지 못하고 이렇게 이치를 거스르고 살아도 되는가, 후회할적에. 그녀는 매에게 조곤조곤 제가 알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네가 지금 괴로워하는 까닭은 네 본성은 구미호이나 신과 같이 다른 것을 수호하고, 귀히 여기는 일을 하고싶어하기 때문이니. 차라리 천년을 살아 신이 되거라. 네가 여우의 신이 된다면, 그 누구도 네게 어리석다 말하지 못할것이 아니냐. 천년을 살거라.
제가, 신이 될 수 있다. 제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를 수호하고, 그로부터 기원을 받고. 제가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그런 이가. 매는, 제가 신이 되면 그리 될것이라 의심치 않았다. 대답은 바로 나왔다. 천년을 살겠사옵니다. 살아서, 여우의 신이 되겠사옵니다. 소녀가 여우의 신이 되거든 누구도 소녀나, 소녀의 어머니를 함부로 말하지 못할것이지요. 그리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매는 지금까지 살아왔다. 백귀야행의 밤을 맞이하였던 해가, 천년으로부터 갓 반백년이 남은 때였다.
"...처음의 그대는, 소녀가 가장 바라던 모습이었사옵니다."
매화목의 신. 저처럼 검은 빛이 아니라, 머리칼 한올부터 발 끝까지, 봄을 휘감은 듯한 빛. 향이 없어도 저에게서 향이 난다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어쩌면 자신은 코가 무뎌져, 향이 나는지조차 모른채 향에 잠겨있을 것이다. 매는 마치 갓 알을 깨고 나온 새끼 새와도 같았다. 그저, 눈으로 당신을 좇고. 혹여 저를 불러주진 않을까, 제가 필요하다 해주지 않을까. 후에 어쩌면, 어쩌면 제가 신이 된다면. 저 고운 이처럼 될 수 있는걸까. 그런 생각은 그와 친우가 되고, 밤이 찾아오고. 끝나지 않는 밤이 이어지며 결국 친우의 모습이 본래대로 돌아왔을때엔-
그 열흘밤동안 매는 그간의 900여년의 삶에서 배운 것 만큼이나 많은 것을 배웠다. 제가 항상 천년을 그리며 바라던 신의 모습은, 완벽하고.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존재하지 않는 온전한 믿음과. 제가 수호하는 것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 ...하지만 제가 본 신은 어떠하였는가. 제 선택을 후회하면서도 한 발자욱을 내딛지 못하고, 어딘가 계속해서 위태롭고. 마치, 손끝에 내려앉은 눈송이처럼. 온기에 닿으면 어느순간 사라져버릴듯 하여 계속해서 마음을 졸였다. 어쩌면, 제가 온기를 건네는 것을 그만두어야 할것인가, 고민하다가도. 내리는 눈송이를 보면 저도 모르게 손을 뻗고마는 아이처럼, 그렇게 계속해서 손을 뻗었더랬다.
눈길을 뗄 수 없는, 그런 이였다. 검고 하얀 그가 그 기나긴 밤동안, 어둠에 휩쓸려 사라질까봐. 그 짙은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릴까봐 부러 그를 붙잡고 이런저런 약조를 내걸었더랬다. 간밤동안, 소녀의 소중한 이를 지켜주시어 감사하옵니다. 소녀 또한 매를 지킬터이니, 이 밤이 끝날때까지 지켜주시옵소서. 제 자신을 무엇보다 소중히 지켜달라는 그 부탁을, 저조차도 하늘의 뜻에 맡겨두었던 그 청을 들어준 것이 너무나도 기뻐, 드디어 시간이 흐르고 빛이 돌아왔던 그 때에. 당신의 옆에 앉아 그 아름다운 축제의 빛을 내려다볼적에는 실은 너무도 눈이 부셔 눈을 감았더랬다. 지상의 빛이 아니라, 제 옆의 이와 그저 살아 돌아온 것이 너무도 기뻐서. 그 행복을 어찌하지 못하고 차라리 눈을 감았었다.
-모처럼의 휴가가 아니십니까. 하고픈 것이 없으십니까?
제가 하고싶던 것은 실은 이미 이룬 상태였다. 저는 그 밤에서 온전히 빠져나오기를 빌었고, 제 소중한 이가 또한 온전히 빠져나오기를 빌었다. 어쩌면, 그와 함께 앉아 평화를 만끽하며 그 밤은 참 길었지요, 하고 실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랐었다. 그 당시의 저는 꿈같은 일이리라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꿈이 눈앞에 펼쳐져있는 상태에서는. 지금이 낮이든, 밤이든. 먼곳에서 축제를 하든, 일상을 보내든. ...주위에 꽃이 아니라, 메마른 황야가 펼쳐져있다 하였어도.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지.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눈앞의 이는 제게 어느것보다 우선되는 존재였다. 꿈에서, 상대가 매화 비녀를 빼앗아갈적에. 비녀보다도 먼저 그 붉은 매화 한송이에 손이 갔던 일을 기억했다. 향이 실은 제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제 삶에서 아껴왔던- 혹은 제가 아낀다고 생각하였던 마음조차 허상이 아닌가 하였던 때에. 그때에도 남아있던 당신의 향을 기억했다. 저는 꽃이 되고싶었다. 꽃이 되지 못하거든, 차라리 꽃에 파묻히고싶었다. 그게 자신의 염원이었거늘, 지금은 그저 소중한 이와 함께 있는 것 만이 염원이었다.
"지금의 그대도. 소녀가 가장 바라는 이 이옵니다."
그가 어딘가로 떠날지, 머무를지를 고민하고있다 하였을 적에. 매는 문득 그에게 자신을 남기고 싶었다. 머물러준다면야 저로서는 더 바랄 일이 없었겠으나. ....혹여, 떠나게 된다면. 저를 기억할만한, 무언가를. 그 선물을 고르는 일은 꽤나 어려웠다. 그간의 선물은 그저 찻잎이나, 좋은 술이라던가. 아니면 상대가 좋아할 것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향을 즐기지도 못하고. 부채는- 그에겐 이미 소중한 가족으로부터 받은 것이 있지 않았던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기뻐할지.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부적이었다. 그대가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부디 건강히, 무탈히 지내달라고. 부적을 사자 검은 색의 작은 주머니를 덤으로 주었다. -주머니는, 따로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본래는 향을 담는데 사용하는 향 주머니라 하였다. 속에는 마른 꽃잎과 기타 향을 내는 것들이 조금 들어있었다. 속의 것을 탈탈 비우고, 부적을 넣으니 꽤나 크기가 잘 맞았다. 새하얗고, 구석에 매화 자수가 새겨진. 그에게는 부적과 함께, 제 일부를 건네고 싶었다. ......제, 본래의 이름을.
예전에 모란각에 와 처음 직원이 되고싶다 청할적에, 주인장에게 제 이름을 건네주고. 직원으로서 불릴 이름으로 혹 원하는 것이 있냐는 물음을 받은적이 있었다. 제 중심을 주시옵소서. 매라 불리고 싶사옵니다. 그리하여 백매화라는 이름을 건네고 매라는 이름을 받았었다. 아가, 매화야. 네가 태어날적에 흐드러진 흰 매화가 마치 눈처럼 흩날렸단다. 어머니의 웃음을 제 쪽진 머리에 고이 꽂아넣고. 천년이 되면 모란각을 떠나며 돌려받자, 다짐하였었다.
어쩌면 그 다짐은, 비녀에서 매화향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흐려졌을지도 모른다. 매는 제가 천년을 살아 신이 되면 제 목숨보다 소중한 누군가를 수호하고. 그로 부터 기원-혹은 애정을 받고. 제가 그를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을 거짓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하러 반백년을 더 기다려야만 하는가? 저는 신은 아니었지만, 이미 원하던 모든 것을 갖추지 아니하였는가. 저는 여전히 구미호일 뿐이었지만. 소중한 이도, 애정도, 확신도. 그저 허상이 아니라, 눈앞에 전부 존재하지 않은가?
매는 제 눈앞의 이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제일 부럽던 이였다가, 제 친우였다가. 친우가 아니었다가. 다시 친우였다가. 어느덧 소중한 이가 되어있었다.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당신의 손을 잡았다.
"...하오면, 소녀는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겠사옵니다. 한손에는 그대의 손을 잡고, 나머지 손으로는 겨울을 붙잡아. 그대가 녹아 사라지지 않도록 잡고 또 잡겠나이다. 소녀는 더이상 꽃이 피는 봄을 바라지 않사옵니다. 그대와 함께하는 이 겨울이 제게는 봄인것을요. 언젠가 결국 시간이 흘러 봄이 찾아와, 우리가 작별을 고하는 날까지. 영영 놓지 않겠사옵니다."
(*이 아래는 후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너님... 고록.. 고록 받은때가 피시방에서 게임하던 중이었는데(죄송합니다) 받고 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막 당황하고 얼른 답을 드리고싶고 막 그래서 얼른 집으로 뛰어와서 답록을 썼습니다...... 무엇보다 어서 답을 드리고싶은 마음이 제일 커서 막 글이 좀 이상할거에요 문맥도 안맞고 뭔가 내용이 뜬금없고(아니 생각해보니까 제 연성은 원래 그랬지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ㅠㅁㅠ
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저도 오너님과 비슷하게 앞으로 4월이후로는 취업준비 등으로 인해 조금... 활동이 어려워질것 같습니다.... 아예 금지가 되는건 아니고, 다만 꽤 줄이게 될거에요.(죄송합니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답록으로 승락을 했냐 하신다면.... 그......
[이제는 말할수있다]
저는
무명이
관캐입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 무명... 아니 월영이라고 해야할까요 너무... 너무너무 좋아요....... 본계에선 한번도 말을 안했는데 왜냐면 제 지인들이 관통소리를 듣는순간 지인의 지인까지 끌고와서 관통이십니까 하고 폭죽을 터트리고 놀려댈 사람들이기 때문에...... 너무 좋아서 자려다가도 멘션오면 답하고 다음 답 올까 기다리다 잠들고 막 대화 하고싶어서 기웃거리고 막 막... 누가 친구래... 메가베스트프렌드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입니다(왈칵) 고록받고 조금 소리지를뻔했어요 아닌가 질렀던가 그 즈음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지금 후기쓰면서 막 정신이 돌아오고있는 기분입니다...
실은 제가 고록을 먼저 쓸까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고록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죄송합니다3)가 뭐냐면 그..
- 제가 실은 이번이 첫 커뮤입니다(진짜로) 커뮤 비슷한건 해봤는데 정말로 커뮤를 해본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트커는 지인들이 뛰자 재밌다 추천하길래 이번이 처음 도전을 해본건데 그래서 이런저런 실수도 좀 많이 하고... 그래서 굉장히 부족한 오너인지라...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 고백을 해도 괜찮을지 정말로 걱정이었어요... 진짜 아는거 없는 사람이라...
-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4월정도가 되면 그때부터는 취업준비에 바쁠 것 같습니다... 물론 취업준비한다고 컴퓨터를 못하고 챙겨드리지도 못하고 이런건 아니지만 몸이나 마음이나 좀 바쁠것같아서 걱정이었어요.
저도 처음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와 시리커에서 친구를 사귄대 이제 지옥의 사망플래그가 되겠구나 하하하 했는데 이게 사망플래그가 이렇게 꽂힐줄은 몰랐어요 로그 답멘은... 처음엔 로그를 주시길래 글로 답한거였는데...(이사람 아무생각없는 사람입니다 죄송합니다4) 정신차려보니까 로그 다 저장해놓고 하나하나 맨날 읽고있어 이게 어떻게된거야 했구요...(엉엉엉) 아니 분명 처음엔 와 첫커뮤다 와 신기하다 와 재밌다 하다가 어느순간 보니까 제가 로그핑퐁을 막 하고있고 위치대화하고있고 상대랑 멘션 주고받은거 막 읽으면서 멘션 기다리고 저혼자 ...?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그냥 치인거잖아 이거
아 그냥 다 거두절미하고(말이 많은 사람이라 죄송합니다5)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 딸이랑 잘 지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부디 잘부탁드리겠습니다...(uu ) 친구야 오래오래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