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형씨 아니면 저 형씨 감당할 사람 없다고. 그 말은 꼭 당신을 탓하는것도 같고, 무능한 제 자신을 혐오하는것도 같았다.  



******



      정신을 다잡지 않으면 드는 생각들이 있다. 그게 지금은 당신이었다. 그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려 애를 썼다. 기운 못차리고 헛짓을 하면 방해만 될테니까.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뫼비우스의 띠 마냥 앞으로 앞으로 생각을 이동해도 결국은 제자리에 안착했다. 그는 어쩌면, 자신은 그 새벽 당신의 뒷모습을 보다 아직까지도 도망치지 못한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했다.

     내 책임이다. 죄송할것도 없고. 당신은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 그게 당신의 책임이고, 어째서 죄송해할 이유가 없는가. 그건 우리 모두의 실수였고. 당신은 그를 수습해야할 하등의 책임이 없었는데도. 하지만 그 때, 내가 남는다. 말하던 당신의 목소리가 벼려진 칼날처럼 박혀서. 당신은 죽어도 그 빌어먹을 책임이란걸 질 생각이구나. 단단한 벽을 보는 기분이었다. 세이프존을 나와 어슬렁어슬렁 걷던 때에는 누구보다 든든하게 느껴졌던 벽이, 지금은 저를 가로막고 있었다.



    글렌 형씨가, 그 벽은 형씨의 결의라고 하더라고. 그는 중얼거리며 흙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마주한 그게, 형씨의 결의라서. 나같은 놈은 도저히 부술 수 없었던걸까. 정말로 아무런 방법도 없었던걸까. 우리는 어쩔 수 없었을까? 나는 정말로 어쩔 수 없었던걸까.       

    두고와서 미안해. 몇번이나 되풀이했던 사과를 반복했다. 그곳에 남았을때의 당신은, 퍽이나 만족스러워보여서. 그게 더 죄송스럽고......

    아니. 그는 눈을 감았다. 이건 그냥 다 내 죄책감이다 . 형씨에게 미안해하면서, 그냥 이렇게 남으면. ... 나는 결국 나아가지 못할거라고. 이미 잠들었을 당신에게 해야할  말은 지긋지긋한 사죄의 말보다는, 차라리.



     구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후안 형씨, 그때 정말로 영웅같았다고. 존나게 멋있었어. 그치만 혹시라도… 혹시라도. 혼자 남은 그 순간 이후 어느때라도 불현듯이 후회따위가 들었다면 무슨 말이든 해도 좋으니까. 내가 가게된다면 남김없이 들을테니까. 

     엔틴 형씨를 말리지 못해서 미안해. 근데 알지? 그 형씨를 그렇게 오래 봐온 형씨라면 우리가 말릴 수 없었으리란것도 깨달았어야 했다고. 죽게 내버려둘 생각은 죽어도 없지만... 형씨처럼 행동한다고 하면 우리중에 대체 누가 말릴 수 있지? 그건 아마 형씨라도 못할거야. 

     푹 쉬어. 형씨와 한국어로 대화했던것들, 정말 많이 편했어. 어르신 외에 그렇게 편하게 말해본적이 없었다고. 꼭 집에 간 기분이었어. 집. ...형씨는 이탈리아에 갔을까? 왠지 남았을 것 같지만. 바다를 건널 방법을 찾으면 서로 알려주자던 약속도 이젠 끝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반드시 성공해볼게.   




    나는 당신이 그 곳에서는 진심으로 평온해졌기를 빈다. 부디, 그곳에선 어떤 책임에도 휩쓸리지 않기를. 이제서야 당신에게 안부를 전한다. 잘 지내, 형씨. 이젠 정말 안녕히.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Fear  (0) 2018.08.10
Hello  (0) 2018.08.10
Trustworthy  (0) 2018.08.10
Meow  (0) 2018.08.10
2. 사람에 대하여  (0) 2018.08.10








    난 사람이 무서워. 그때 그렇게 말했었지.





    대인공포증같은걸 말하는건 아니었다. 그의 성격상, 어디 가능이나 할법한 일인가. 그는 사람을 아주 좋아했다. 조금만 봐도 알겠지. 으르릉, 이빨을 내보이다가도 금세 길들여져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라니.

    무서운건 그 자체의 존재가 아니었다. 존재는 많은것을 야기한다. 그가 두려워하는것은 그 갈래 중 일부였다. 사람은 존재한다. 숨을 쉬고, 무언가를 먹는다. 옷을 입고, 도구를 쓰고. 잠을 자고. 사냥을 하고. 살고, 다투고. 정을 나누고. 적대하고. 그리고 죽는다. 사람은 죽는다. 죽어. 너도, 그리고 나도.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니까 말야. 백 건은 창문 너머 짙은 어둠을 보며 생각했다. 일곱이 나갔다. 곧 돌아올 시간이다. 약속대로라면 일곱이 돌아오겠지. 하지만 그 중에 누군가는 돌아오지 않을수도 있다. 어쩌면, 누군가가 아니라 누군가들일수도. 아. 머리가 아프다. 그는 생각을 멈췄다.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이다 .

     달칵, 달칵. 라이터를 매만진다. 금속이 스치는 소리는 꽤나 마음에 안정을 줬지만, 오늘만은 그 효과가 미미했다. 좀 쓸모없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면서도 달칵, 달칵. 저 너머 어둠에 무언가의 연락이라도 보내는것처럼, 그는 그저 불빛을 내비쳤다. 그 모습은 등대같기도 했다. 어두컴컴해서 길을 잃고 헤맬지도 모르니까. 이걸 보면 돌아오지 않을까? 제 라이터 불빛보다야 세이프존의 불빛이 더 강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돌아와, 돌아오라고. 너무 오래 바깥에 있지 마. 밖은 어둠이니까.

    
    
     시간이 지났다.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이쯤 들렸어야 했던 규칙적인 사람들의 발소리, 혹은 무언가 무거운 짐을 들어 끌리는 소리. 그것도 아니면 다 지쳐 낡아서는 끌리는 소리. 그 중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왜? 그는 생각했다. 무언가 짐이 많을지도. 항상 같은 시간에 돌아오는건 아니니까, 좀 늦을수도 있겠지. 그래. 좀 늦네, 형씨들. 불안감이 촛불처럼 일렁였다.

     시간이 더 지나자, 그는 아예 창가에 이마를 기댔다. 늦어, 늦다고. 대체 뭘 하는거야, 이 형씨들은? 엔틴과 멜뤼진, 그리고 이안의 불안해하는 목소리들이 섞인다. 그 틈에는 제 것도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그들은 늦었다. 초조함에 머리를 식히려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창밖을 바라봤다. 스멀스멀, 두려움이 올라온다.




     나는 사람이 무섭다.

     사람이 죽는 것이, 사라지는 것이 무섭다. 죽는게 무서워. 내가, 네가. 너희들이. 그 날 부모님과의 전화가 끊겼다. 죽었을까. 숙소에서 황급히 짐을 챙겨 시체들의 틈을 빠져나오던 때에는 마치 악몽속을 헤엄치는 듯 했다. 죽었다. 우당탕, 통조림이 구르고난 후에 분명 비명소리를 들었다. 죽었겠지. 분명 구해냈다고 생각한 사람의 발목은 물린 자국으로 퉁퉁 부어있어. 죽였다. 이 끔찍한 재해가 내 사람들을 죽인다. 저리 꺼져, 내 사람들이라고. 내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아무리 고함을 쳐도 들어쳐먹질 않는, 끔찍한 어둠.

     그 어둠이 일곱명을 먹었나? 그는 생각했다. 아, 어쩌면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내가 깜빡 잠이 들 즈음에야, 제 친구는 언젠가 헛소리를 주고받았던것처럼 투명한 빛깔로 나타나 제 발치에서 인사를 건넬지도 모르겠다. 네 창 내가 들고있었지, 못돌려줘서 미안해. 그런 웃기지도 않는 사과가 뒤따라올지도. 죽었어? 두려움은 제 목을 졸랐다. 물에 잠긴것처럼 숨이 막히기에 물을 찾으러 갔더니, 거울속의 자신이 꽤 우스운 꼬라지를 했다. 친구가 보고싶어했던 모습이다. 가장 꼴사납고 쪽팔린 모습. 그는 물에 기어이 얼굴을 처박아 그 표정을 떠내려보냈다.





     그 욕 안들으려고 살아왔네. 그 소리에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일곱은 살아 돌아왔다. 어둠이 끌고간 목숨은 아직 없다. 그중에 가장 상태 나쁜놈이, 예상은 했다만. 이 자식이 하는 소릴 듣고있으면 있던 걱정도 사라지는 기분이다. 거 참 고오맙네, 감정담은 답만 던졌다. 아. 그래도 이 자식 환자였지. 생각하니 마음이 좀 약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름의 진심을 덧붙였다.

     살아돌아와서 고맙다고. 그 말에 제 친구는 기다려줘서 고마워, 웃음섞인 소리를 뱉는다. 하여간 미워할 수 없는 자식이다. 더 잔소리하려던 기분도 사라지고, 종래에는 네가 그렇지, 포기섞인 한숨만이 나와 웃는다. 아, 동시에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너도, 다른 사람들도 벌써 이렇게 소중해졌구나. 나는 내가 원하던걸 잘 찾았구나. 붉은 선은 제게 가장 두려운 동시에 가장 소중한 선물을 줬다. 놓치면 산산조각이 날테지. 저는 유리로 된 보물을 받았다. 그렇다면 영영 놓지 않아야지. 내 몸을 던져서라도.

     -다음엔.. 같이 가던가 하자고. 난 운이 좋고, 넌 존나 운이 나쁜것같으니까. 아니면 적어도 더 많은 브레이크들과 가던가. ...다들 못돌아오는줄 알고, 존나 무서웠는데. 그게 아니라 다행이다.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I told you  (0) 2018.08.10
Hello  (0) 2018.08.10
Trustworthy  (0) 2018.08.10
Meow  (0) 2018.08.10
2. 사람에 대하여  (0) 2018.08.10






    가장 먼저 떠오른건, 정작 저는 단 한번도 사본일 없던 그 오색빛깔 반짝이는 풍선 다발이었다.





    이곳 세이프 존에 있는 사람들은, 단 한명도 그저 평범한 구석이 없었지만. 그 중에 누가 가장 눈에 띄냐고 묻는다면, 백 건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최강곰을 가리킬것이다.




    솔직하게 터놓고 말해보자. 백 건은 -제 입으로야  존나 아니라고  욕설을 뱉겠지만- 겁이 꽤 많았다. 크게 부푼 빵을 반으로 갈라보면 속이 텅 비어있는것처럼, 부풀린 백 건의 허세속에는 꽤 빈 구석이 많았다. 

    그래서, 첫 인상은, 한마디로. 그냥 존나게 무서웠다. 그는 사실 처음엔 최강곰이 범죄자라도 되는 줄 알았다. 아주 흉악하고, 아주 유명해서 그 모습이라도 숨기려 외려 우스꽝스런 모양새를 덧씌운줄로만 알았다. 190cm에 달하는 거구에 테마파크에서나 볼법한 곰 탈. 피가 여기저기 튀어있는 모습은 공포영화의 또다른 주역을 상상하게 했으니까.

    그래도 사람인데, 이야길 나누면 탈을 벗겠지. 그럼 그 속도 저와 같은 사람이구나 깨달을테고. 괜히 쫄았잖아. 농담하고 웃으며 시선을 마주볼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어라? 아니네. 그 생각이 깨진건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잠을 자고 일어난 그는 여전히 탈을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고, 말투는 여전히 반짝반짝했으며.  나는 희망과 꿈과 환상의 나라에서 왔어뽀롱!  그 즈음에 가서는 백 건도 슬슬, 이 형씨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고를 떠나 어디가 좀 이상하구나. 생각하게 되었던 것 이다.    




    제 손에 사탕을 줬다. 머리도 쓰다듬었다.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백 건은 생각했다. 타인에게 먹을것을 주는 사람은 일단 못된 사람은 아니다. 그게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가공식품이라면 더더욱. 저를 아이니 뭐니 부르는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지만,  적어도. 뭐, 진짜 이상한 형씨지만 존나게 무서운건 아니구나. 사탕을 우물우물 씹으며 평가는 꽤 후해졌다.

    그럼에도 백 건은 계속, 그의 탈을 벗겨내지못해 안달했다. 왜냐고? 존나 궁금했으니까. 그 속에 있는게 대체 누구인지 알고싶었으니까. 형씨 이름이 뭐야? 최강곰. 어떻게 생겼어? 갈색 곰 탈을 쓰고, 리본과 레이스 가득한 치마를 입었어. 눈은 무슨 색인데? 글쎄. 거기서부터 막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습도, 말투도 환상같다. 환상의 나라에서 온 형씨. 그 속에 아무것도 없으면 어쩌지? 내가 마주하며 웃고 떠드는 사람이 실은 속에선 다른 표정을 짓고있다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두렵다. 의심이란건, 한번 스며들면 바퀴벌레마냥 그 음침한 속을 비집고 숨어들어버리는 것이다. 사람을 상대로 의심하는건 이젠 그만두자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계속 벗으라고, 벗으라고. 네가 누구인지를 좀 보여달라고.



    -형씨의 부탁이 싫은 건 아님다. 아니... 음, 모두에게....    
      
    이쯤 되면 실은 속에 큰 흉터라도 있어 안보여주려는게 아닐까, 그런 단순한 결론이 떠올라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체 왜 안벗는건데, 이유라도 있어? 물어보는 투는 꼭 애새끼마냥 치졸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부탁한건 싫다 이거지. 꼭 일곱살먹은 어린애마냥. 백 건은 확답을 듣고싶었다. 결국 그에게서 받아낸건, 형씨는 안죽을 자신이 있슴까? 그가 탈 속에 눌러담고있던 두려움 조각 하나. 아, 형씨는 그게 무서웠구나. 백 건은 그제서야 무언가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지인들이 제 앞에서 죽는 모습을 봤다면 저도 꼭 그런 기분이었을까? 백 건은 모른다. 그 두려움은 오롯이 그 만의 것이었다. 백 건이 아무리 상상해봐도 알 수 없는, 꿈속의 괴물같은 것. 실체도 형체도 없이 고요히 다가와 덥썩, 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삼키는 입 큰 괴물. 그러니까, 꿈 밖의 백 건은 직접 도울 수는 없는 대신에. 

    -엉, 믿어보라고. 오늘 나갔다 올거야. 갔다가, 올게. 형씨 좋아할만한 것도 들고올테니까. 그땐 직접 눈 마주하고 인사해주기다?  

    자장자장, 잘 자라고 노래를 불러주느니 백 건은 차라리 귀에다 대고 형씨, 일어나. 지금 악몽꾼다. 말하며 멱살을 흔들 타입이지만. 한번정도는 어때? 부른다고 닳는것도 아닌데. 가끔은 그런 분위기도 있는 법이다. 바깥은 고요하고, 하늘은 깨끗하고. 무더위가 한풀 꺾여 나른한 밤.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와 막 시원한 물로 샤워를 마쳐 상쾌한  기분. 그런 날에는 자장가도 불러주고 하고싶은 법이다. 게다가 상대가 이렇게나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맹이라면 더더욱. 손 잡고 토닥토닥, 너 잡으러 오는 괴물들은 이 형이 다 잡아줄게. 걱정말고 자. 어울리지도 않는 자상함을 쥐어짜내서 다독일수도 있는 법이다. 그 정도는 정말로 별것 아니니까.     





    자장가는 좀 마음에 들었을까?

    눈 앞의 사람은 탈을 잡아 벗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나 빛깔이었다. 천연히 빛나는 색이 풍선처럼 선명했다. 얼음을 통째로 갈아낸 슬러시만큼이나 시원한 눈이 접혀 웃는다. 안녕함까, 곰 형씨와 같은 목소리가 인사한다. 존나게 유명한 범죄자도 아니고, 어딘가 의심스런 사람도 아니고. 이제야 마주하는 탈 너머의 사람. 퍼레이드의 끝, 배우를 마주하는 관객처럼. 백 건은 소리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드디어 만나네, 형씨! 만나서 반가워.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고!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I told you  (0) 2018.08.10
Fear  (0) 2018.08.10
Trustworthy  (0) 2018.08.10
Meow  (0) 2018.08.10
2. 사람에 대하여  (0) 2018.08.10







   믿음이란 달빛과도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다. 밤이란것은 항상 그러했다.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은 배 곯은 아귀마냥 제 속의 것들을 집어삼켰다. 한번 가라앉으면 쉬이 빠져나오기는 힘든 늪이었다. 한치 앞 길 알 수 없는 공간, 짙은 어둠속으로 손내밀고 걸어들어가는 것. 요즘 들어 백건이 생각하는 인생이란 꼭 그러한 우울한 구석이 그림자마냥 달라붙어있었다.

    그와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다,  누군가는 그리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에게 말하거든 이리 답한다. 내가 삶이 좆같다고 생각할수도 있지. 그는 꽤 당당하다. 좀비새끼들 나타나고나서 좆같아진건 사실이잖아. 안그래? 그에게는 삶 자체가 꽃길인지, 진흙탕 진창인지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보다 중요한건, 꼴사납게 헛발디뎌 넘어지지 않도록 제 발치를 단단히 하는 것. 드물게도, 다행히도. 그는 아주 쉬운 방법을 알고있었다.

    선연히 빛나는 그 흰 길은 저 너머 어디론가 이어져있다.  어느날은 밝고, 어느날은 희미하고. 눈을 감아버린다면 영영 제 삶에서 쫓아낼수도 있다. 백건은 단 한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래도 요새는 눈이 좀 아프더라. 계속 뜨고있으니 줄줄, 눈물이 새고 흰자위가 충혈되었다.  까짓거, 눈 아픈게 대순가. 그는 눈을 뜨고 그 길을 따라갔다.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의심 한번 하지 않았다.

   날 믿어. 달빛을 보는건 아주 쉽다.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면 된다. 노을 끝자락이 스러지고난 후, 어스름 해가 밝아올때까지. 내가 약속할게. 그 한마디면  아주 쉽게 솟아오를테지. 결코 잠들지 않을 새하얀 밤이 이어질테다.



    하지만 달빛은 말야, 실은 햇빛을 반사하는것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어? 내가 살아남겠다고 말하면. 다치지 않고 돌아오겠다고 하면. 우린 이제 걸음 하나에도 목숨을 걸어야한다. 확실한거. 그건 어디에도 없어. 우리가 기대던것들은  다 무너졌지. 정말로 사는게 죽는것보다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세상이다. 누군가 달빛이고 뭐고 다 꺼져버리라고, 눈 감고 주저앉아도 어쩔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도 말야. 불확실한 약속을 하는게 뭐가 나빠?  

    제 앞의 사람은 말한다. 약속하는검다. 믿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믐밤날 네가 사라지지 않을거라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그렇다면야, 형씨가 원한다면야. 이미 한 적 있는 약속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마도 네 번. 달빛은 햇빛을 반사하는것에 불과해. 그렇다면, 햇빛이 있는 한 달은 언제고 빛난다는거잖아. 안그래? 

    -Okay. Trust me.  

    그는 꽤나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가볍게, 별것 아닌 이야기를 툭 던진다. 그에게는 정말로 별 것 아니다. 

    -오늘 나갔다 올거야. 갔다가, 올게. 형씨 좋아할만한것도 들고올테니까. 그땐 직접 눈 마주하고 인사해주기다?  

    약속. 말하며 그는 손을 내민다. 너를 보며 웃는다. 안죽어, 끝까지 살아남을거다. 그 눈은 꼭 그런 빛을 반사하고있었다. 그 시선이, 네게 조금이나마 와닿을런지 모르겠지만.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Fear  (0) 2018.08.10
Hello  (0) 2018.08.10
Meow  (0) 2018.08.10
2. 사람에 대하여  (0) 2018.08.10
1. 고기에 대하여  (0) 2018.08.10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 


     엉? 이 세이프존 안엔  고양이가 없다고? 내 앞에 있잖아, 한 마리.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까만 털에, 새파란 빛이 도는 눈. 아주 날렵하다. 본적은 없지만, 저 손 안에 숨은 발톱도 아주 날카롭겠지. 뭐니뭐니해도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말야. 가만, 고양이가 아니라 새끼 재규어인가? 종 같은건 잘 모르겠다. 백건은 그런 세세한 디테일에는 약했다. 그냥 고양이과구나, 좀 큰 고양이구나. 생각 할 뿐이었다.





     제가 쓰다듬어주자 고양이는 기분좋게 발라당 엎어졌었다. 군대에 있을 시절, 조막만한 치즈빛깔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더랬다. 일명 짬타이거. 땀내나는 건장한 남자놈들만 모인 곳에서 가지는 유일한 휴식처였다. 고양이 한마리 정도야, 뭐. 그 답답한 세상에서 그 녀석은 일종의 아이돌이었다. 그러니까, 꼬리를 살랑거리며 눈길만 줘도 그가 PX로 달려가 제 돈을 털어가며 소세지를 사다 바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계산기에 1+1을 입력하면 2가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발라당 엎어진 고양이 배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저는 등에는 소총을 메고 있었다. 순찰중에 잠깐은 괜찮잖아, 얘가 이렇게 엎어졌는데. 앞서 걷던 후임이 뭐하냐는 눈길을 보내긴 했지만,  좀 닥치고 있어봐. 이런 기회 다신 없다고. 그때만큼은 등에 짊어진 무게들이 전부 가벼웠다. 총, 실탄들.  전쟁이 나서 나가 싸워야 한다면 한발을 쏠때마다 제 어깨에 어마어마한 무게가 쌓이겠지만. ...뭐, 안나겠지, 전쟁. 그치? 세상은 존나게 평화롭고, 우린 아무 일 없이 살다 죽을거잖아. 아무 생각없이 평화로운 손길에 고양이는 Meow, 갸르릉거릴  뿐이었다.    



      아, 시간이 흐른다. 이번 고양이는 먼지먹은 회색이다.  아니, 사실 그는 그 고양이가 무슨 색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고양이는 반쯤 색이 달랐다. 샛노란 눈, 얼룩덜룩한 몸에는 기분나쁠정도로 진득한 액체가 한사발은 묻어있었다. 딱지처럼 굳어버린 그 검고 붉은 빛은 만일 고양이가 멀쩡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폴짝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당장이라도 어떻게든 주워들어다가 다친 구석이 있나 살펴야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처참한데가 있었다.

     쉭, 얌마, 저리 가 . 거칠게 손을 흔들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도 고양이의 노란 눈은 미동이 없었다. 뭐야, 이 자식도 꼴에 미국 고양이라고 한국말은 못알아듣나? 당연히 영어로 말해도 차이는 없었다. 쯧, 낮게 혀를 찬 그는 다시 제 조잡한 창에 이상은 없나 이리저리 살폈다. 그는 막 좀비를 하나 잡은 참이었다.

      그렇게 봐도 먹을거 없어. 중얼거리면서도 그는 머릿속으로 제가 지닌것들을 떠올렸다. 통조림이 두개, 라면이 세개. 건빵이 하나하고 반. 아, 육포 쪼가리가 몇개 있었지. 고양이가 놀랄세라 조심조심 제 가방을 뒤져서 몇 조각을 꺼냈다. 야, 내 내일 아침이다. 먹어. 좀비의 피가 튀지 않은 깨끗한 바닥에 던져줬더니 눈치를 살피던 고양이가 슬금슬금 다가와 육포를 물었다. 쓰다듬으면 도망가겠지? 생각하며 제 자리에 쭈그려앉았다. 이 와중에도 혹시 다른 좀비새끼가 나타날까, 귀만 쫑긋거리며 살펴야 한다는건 꽤나 착잡한 기분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 잡으면 오늘 저녁 한끼 때울 수 있는게 아닌가? 살펴보니 좀 앙상하니 마르긴 했어도 크기가 크다. 먹잘것은 좀 있겠다 싶었다. 한번 손 대는것까진 괜찮아보이니까, 쓰다듬는 척 하면서 그대로 목을 잡고 들어올려서. 고기 생각을 하니 배도 좀 고픈것 같고, 고민하다 손을  뻗었다. 

    




     -뭐가 좋을까, 춤이라도 춰보라고 할까.

     저는 손을 뻗어 눈앞에서 중얼대는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그때의 붉은 녀석은 그저 등을  쓰다듬어주었더니 화들짝 놀라 도망갔었다 . 어짜피 안 잡아먹을거였다면  다가가지 말고 육포나 하나 더 줄걸 그랬지. 결국 남은 육포조각은 그 녀석 대신 제 뱃속에 들어갔다.

     사람이 살기만 하고싶다면 방법은 쉬웠다. 어디에서나 통할거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적어도 대부분에겐 통하겠지. 그 고양이를 그대로 잡아들어 식량으로 썼다면 이틀은 풍족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임마. 그런게 있잖아. 뭐라고 설명할수는 없지만. 명치께에 턱 막혀서, 갈비뼈를 거세게 때리는 이거걜 먹었으면 분명 존나 체했을거야, 생각하니 하루이틀을 굶어도 아쉽지 않았다.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자신이 여기에 온건. 그 붉은 선을 기어이 따라왔던건. 통조림만을 떠올리던게  존나게 끔찍했으니까. 통조림 구르던 소리가 계속 남아있었으니까. 그는 그래서 도박에 제 목숨을 걸었다. 운 하나는 존나게 나쁜 그였지만, 이것만은 제대로 된 성공이었다. 글쎄, 앞으로도 성공일까? 그건 모르겠지만.



     제 뜬금없는 손길에 상대와 시선이 마주한다.  어, 맞다. 이 자식은 고양이가 아니라 유리 형씨였지? 갑작스런 기분에 괜시리 슥슥, 별것 아닌척 두어번 더 쓰다듬곤 황급히 손을 내렸다.

     -뭐냐, 내 장기 달란 얘기정도만 아니면 들어줄게. 내가 딴건 몰라도 약속 하나는 존나게 잘 지키는 사람이거든. ...근데 춤은 농담이지? 야, 반주도 없이? 여기서?? 진짜..??



       그는 잔뜩 떫은 표정이 되어 너를 바라본다. 농담인지, 진실인지 모를 네 말에 죽을상이다. 뭐든 잘난척하며 제 실력을 뽐내는 그에게 이런 반응이란, 가장 약한 곳을  찔려 당혹스러워할 언젠가의 모습과 겹쳐보이는데가 많다.

     언젠가 네가 볼지도 모를, 그리고 영영 보지 못할.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Hello  (0) 2018.08.10
Trustworthy  (0) 2018.08.10
2. 사람에 대하여  (0) 2018.08.10
1. 고기에 대하여  (0) 2018.08.10
[프로필]백건  (0) 2018.08.10

    그 날의 그는, 참 운이 좋았다.




    그 집은 문이 열려있었고, 심지어 잠금장치도 고장나지 않은 상태였다. 들어갔더니 누군가 서둘러 짐을 챙겨나간 흔적 외에는 그대로였다. 와. 어떻게 이런 집을 찾았지? 존나 운좋네. 심지어 수도를 틀었더니 물이 나왔다. 그는 몇주만에, 제 몸과 옷을 씻어내고 따뜻한 침대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야. 백 건, 최고다. 그는 눈을 감은채 실실 웃었다.

     그래도 하나 아쉬운게 있다면, 먹을만한 것은 없었다. 아쉽게도 전기는 끊긴지 오래였다. 그는 찬장을 뒤져 간신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않은 콩 통조림 하나를 찾았다. 그것만으로도 진수성찬이라도 되는 것 마냥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매일매일 이랬으면 좋겠다. 입맛을 쩝, 다시는 그의 뒤편 창문 밖 어딘가에서 문득 큰 소리가 들려왔다.

     탕-

     그는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고나서야, 그 총성은 저와는 하등 상관없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나 들려온 것임을 깨달았다. 아이씨, 깜짝이야. 그는 얼얼한 제 팔을 문지르며 창문을 흘겨보았다. 저렇게 큰 소리를 냈으니 이제 저쪽으로 좀비가 미친 개떼마냥 몰려들겠지. 다음 이동은 반대편으로 하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볼 생각을 하며, 그는 꽤나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다.





     날이 저물었다. 바깥은 짙은 어둠이 장막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두웠지만 주위를 확인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새벽이 오면 이 지붕을 타고 저 건물 지붕으로 넘어가자. 그리고 더 이동해서 내려가고 지형을 확인하면 되겠지.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별 생각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골목을 내려다본것 또한 정말로 우연의 산물이었다.

     -......생존자?

     어느 건물 뒷문으로 두 사람이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품에는 커다란 종이상자를 들고있었다. 뭐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밀어 그들을 구경했다. 상자 안에 가득 담긴것은, 제가 전날 먹었던 콩 통조림이었다. 그걸, 저렇게나 가득.

     -씨발, 존나 좋겠네...

     상스러운 욕을 중얼거리며 그는 건물쪽을 한번 바라보았다. 저 형씨들이 몇개 남겨두고가면 좋겠는데. 아, 배고프다. 나한테도 하나만 주면 안되나? 어이, 거기 형씨. 그렇게나 많이는 필요없잖-.

     그때, 상자를 들고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백 건은 본능적으로 일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아, 씹... 

     골목길의 남자는 제 허리춤에 찔러두었던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꺼내들었다. 우당탕, 상자에 든 통조림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백 건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 건물 타고 올라오려나. 나 총 없는데. 진짜 큰일난거 아냐? 주위를 둘러보니 벽돌이 여러개 있었다. 저거라도 들고 무기로 써야하나?  ........잠깐. 우당탕 하는 소리?      

     아래에서 영어로 된 거친  욕설이 몇번을 오갔다. 저를 향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 끔찍한, 괴물들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또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골목길의 두 사람은 제 총들을 든 채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그 맞은편엔, 좀비가.

     몰라. 난 모른다고. 그는 뒤로 넘어졌다. 다리에 힘이 잘 들어오지 않아 몇번이고 주먹쥔 손으로 제 다리를 내리쳤다. 골목의 이들은 안타깝게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제 죽음을 차근차근 앞당기는 중이었다. 그들의 욕설이 제 등에 내리꽂히는 기분이었다. 비틀거리면서도, 그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 문을 열었다. 마지막 순간, 문이 닫히기 직전. 그는 분명 비명을 들었다.

   

     그는 계단을 내려와 제 보금자리였던 집으로 돌아갔다. 용케도 계단을 구르지 않았다. 죽었, 죽었겠지?? 그는 주방으로 달려가 떨리는 손으로 제 가방에 짐을 욱여넣었다. 여기선 못자. 빨리 가자. 가방을 세게 잡아당기자 식탁 위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내렸다. 우당탕, 빈 통조림 통이 굴렀다. 그 소리에 그는 침묵한채 멈춰섰다.

    저거 맛있었지.   
    그러고보니 그 사람들, 저게 든 상자들을 가지고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저 사람들 다 죽고 조용해지면 좀비새끼들도 사라질거고.
    .......내가 몇개 좀 챙겨도 되지 않나?


     그는 고개를 돌렸다.
     벽에 걸린 거울 속의 이와 눈을 마주했다.
     그 순간, 그 속의 이가 지은 표정은 지금도 머릿속에 딱지처럼 늘어붙어 떼어낼 수가 없다.


     ...내가 이런 새끼였나?





     세이프 존의 백 건은  종종 통조림 통이 구르던 소리를 들었다. 화들짝 놀라 주위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그날 결국 짐을 챙겨 그 장소를 빠져나갔다. 그 후로 이틀을 굶었다. 거의 다 털리고 남은 편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거기서 죽었을것이다.

     그는 그때, 제 눈에 보였던 벽돌로 그들을 도와주지 못한것을 후회했다.

     혼자가 무서웠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아. 나는 정상이지. 멀쩡한 부모님의 아들 백 건으로 돌아가야만 해. 그러니까,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구하자. 사람들과 함께 살자. 동료를 찾으면, 그리고 그들을 지키면 이 죄책감같은건 점점 희석되어서 사라질거야. 그는 순진하게 생각했었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지한 눈먼 자인가. 



   
     그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벽돌을 들지 않은 손이고, 식칼을 들어 변화하던 이를 죽인 손이고. 구타당하던 이를 구하지 못한 손이고. 그의 동료를 내버려두고 도망친 손이다. 손에 묻은 피가 도무지 지워지질 않아 그는 피부가 새빨갛게 일어오를때까지 문지르기를 반복했다.   

     넌 그냥 그런 새끼야. 거울속의 백 건이 말했다.
     그래. 거울밖의 백 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것이라고는, 그저 텅빈 제 손 뿐이었다.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ustworthy  (0) 2018.08.10
Meow  (0) 2018.08.10
1. 고기에 대하여  (0) 2018.08.10
[프로필]백건  (0) 2018.08.10
에이든두고 쥬근 썰  (0) 2018.08.10




    -야 , 넌 이제 죽을거야. 알아,  임마?

     칼을 갈던 그는 문득 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투명한 플라스틱 통안에 갇힌 토실토실한  생쥐는 그저 이리저리 통속을 배회하며 이 까맣고 큰 인간에게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있을 뿐이었다.

      미국 물 먹은 쥐라 한국말은 못알아듣냐? 넌 찍찍거릴때도 영어로 말하겠네, 존나 부럽다.  중얼거리며 백 건은 칼을 들고 날을 살폈다.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하게 씻고 갈아낸 칼은 빛을 받아 반짝였다. 반짝, 반짝. 흠... 아냐. 역시 오른쪽 상단 날이 덜 갈렸어.  그는 또다시 양 손으로 칼을 조심스레 쥐고는 슥슥, 절제된 움직임으로 느릿느릿 칼을 갈았다. 5cm도 되지않는 왕복에 4초씩은 걸리는 대단한 속도였다.



      그는 30분째 칼만 갈고 있었다. 

      쥐는  다시 또 꿍, 벽에 몸을 부딪히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내가 동물은 안키워봤는데 말야.  또 행동을 멈춘 그는 일방적인 대화를 시도했다. 쥐는 잡식이잖아? 곡식도 먹고. 그래서 막, 옛날에는 창고에 쥐 생기면 식량 다 사라진다고 쫓고 죽이고 했잖아. 우린 먹을게 진짜 부족해. 너도 봤지? 바퀴벌레같은것만 먹고 살았을거아냐. 그건 우린 아직 안먹는다고. 그러니까, 우린 식량이 존나 필요하고... 너는 그거라고. 햄버거. 아직 안구운거. 토마토같은거. 그러니까 먹어도 오케이지 ? 

      중얼거리며 그는 곁눈질로 쥐를 살폈다.

      통에 갇힌 쥐는 꼭 통조림처럼 보였다. 통조림이 데굴데굴 구른다.


        ...씨발, 진짜 지랄하네.  통 속 쥐가 중얼거렸다. 아니, 아니다. 그 목소리는 그 자신의 속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뭐 하냐, 백건?  칼만 갈다 굶어 뒈지겠네. 어짜피 처먹을거면서 왜 밍기적거리냐.   

        아이 씨. 습관처럼 중얼거리곤 칼을 들었다. 통에 손을 넣어 한웅큼, 쥐이는 생명을 제 앞으로 잡아 끌고왔다. 쥐는 이리저리 버둥거리다 제가 옴싹달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고개를 들어 저를 쥔 것을 바라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눈을 한번 꿈뻑였다. 생명이 저를 바라본다.
      새끼, 존나 토실하네.
      긴 한숨을 내뱉었다. 쥐가 저를 바라본다.
      배고프다, 야. 빨리 끝내자.
      오른손의 칼을 들었다. 급소를 잘라서 숨통을 끊고, 가죽 벗기고. 자르고. 뼈 긁고. 내장 치우고.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이 흘렀다.



       시간이 멈춘 것은 아주 잠시 뿐이었다. 기적은 두번 찾아오지 않았다. 생존은 중요했고, 사치는 불필요했으므로. 그는 언제나처럼 바삐 칼을 움직였다. 생각했던것보단 좀 어렵네. 기껏 든 생각은  그정도 였다. 쪼르륵, 물에 피를 닦아내며 그는 이 것을 구울지, 삶을지를 고민했다. 아-, 역시 굽자. 구운 고기 맛있지. 양은 얼마 안되지만, 어짜피 먹을 사람도 없을테고. 조미료도 찾아볼까. 생각하며 그는  찌꺼기들을 모아 버렸다.

      찌꺼기가 후두둑 떨어졌다. 가죽, 내장, 뼈, 이름, 망설임, 미안함. 버려진 것 위로 솔솔 맛좋은 냄새가 봉분처럼 쌓였다 . 지글지글거리며 굽는 소리가 묘비처럼 박혔다. 아-, 점심 먹자. 점심!  평소처럼 부산스레 그릇을 들고 나가는 그의 뒤로  진득히 늘어지려던 그림자는 주방 문에 잘려 바스라졌다. 그 또한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기세를 잃고 기억 어딘가에 버려질 뿐이었다.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ow  (0) 2018.08.10
2. 사람에 대하여  (0) 2018.08.10
[프로필]백건  (0) 2018.08.10
에이든두고 쥬근 썰  (0) 2018.08.10
도어.  (0) 2018.08.10

" 아이 씨, 이건 또 뭐야?!"



[두상]


 


 

[외관]




 

전반적으로 강인하고 커다란 인상이다. 키도 큰 편에 몸집까지 좋으니 사람들 사이에 서있으면 꽤나 눈에 띈다. 평소 햇빛을 많이 받았는지 피부색이 보기좋게 탔다. 양손의 굳은 살 외에 크게 눈에 띄이는 흉터는 없다.

군 제대 후부터 기르기 시작한 머리는 아직 덜 자란 티가 역력하지만, 색만은 제대로 바깥 세상의 물을 먹은 밝은 애쉬 그레이로 염색했다. 자연스럽게 우측으로 흘러내리는 앞머리이지만 정돈되었다기 보단 후드 아래로 멋대로 삐져나온 모습에 가깝다. 후드를 벗으면 머리가 이리저리 눌리고 뻗히기에 더워도 후드를 잘 벗지 않는다.

까맣고 짙은 눈썹. 치켜올라간 검은 눈은 삼백안의 형태이다. 얼굴을 보면 요즘같은 세상에 기선제압을 하기에 꽤 그럴듯한 외양이다. 버릇마냥 일자로 다물린 입도, 그저 그대로 다물고 있으면 분위기를 잡기에 좋다.

옷차림은 짙은 회색의 후드 집업에 검은 티셔츠, 짙은 청바지. 회색 운동화를 신고, 검은색의 백팩을 메고있다. 상황이 좋지 못해도 옷은 항상 꽤 청결하게 간수하고 있다. 다만 운동화의 색은 본래는 더 밝은 색이었다는 듯 하다. 왼손에는 갈색 손목시계를 차고있다.



[이름]

백 건 (健 : 굳셀 건)



[나이]

23



[성별]

남성

 

[신장]

 181.1cm/ 다부진

 

[성격]


1. 건이 그 자식, 겉멋만 들어서 말야. 완전 허당이라니까.

"야, 기왕 가는 군대면 특전사라도 가야지!"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친구는 저도 모르게 한마디를 뱉었다. 저거 미친놈 아냐. 생각해보면 백 건, 그 자식은 항상 그랬다. 뭐든 폼나고 좋아보이는 일이라면 마다하는 법이 없었다. 마다하긴. 오히려 제 발로 그 진흙탕에 뛰쳐들어가서는, 머리까지 속에 쳐박은채로 이깟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잘난 척 하기에 바빴다. 그러고 오래도록 잘 하면 오죽이나 좋아? 제 친구란 놈은 길어야 한달, 진흙탕에 잠겨 옴싹달싹 못하게 된 지경에 이르러서야 현실을 깨닫고는 앓는 소리를 내곤 했다. xx, 특전사 존x 힘들어. 내가 미쳤지. 휴가나온 그를 한껏 비웃어주는 것 또한 친구로서의 즐거움이었다. 그러면서도 술이 잔뜩 들어가면 거나하게 취한 채 한다는 말이 야, 그래도 사람이 특전사도 가고 해야 나중에 자소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지. 임마, 어? 이게 힘들기는 해도 얼마나 보람있는일인데. 니 맞후임으로 오면 내가 잘 해줄게. 허세와 또 잘난 척. 친구는 그저 한심하게 바라보며 무시할 뿐이었다.


2. 우리 건이는 한다면 하는 애에요. 대책은 좀 없지만...

"제대하면 돈 모아서 외국 여행이나 가볼까?"

     언제나 그랬듯 계기는 사소했다. 상병 시절, 할 일 없이 자리에 앉아 보던 tv. 지나가던 화면 속에 담긴 자유의 여신상이 눈에 띄었다. 배낭여행. 청춘들이라면 누구나 꿈꾸어봤을 그 단어에 백 건 역시 빠져들었다. 일을 벌여놓기 좋아하는 그는 역시 이번에도 일을 벌였다. 미국 드라마를 보고, 인터넷 강의를 등록하고. 거 영어 단어 좀 모르면 어때? 손짓 발짓이면 되겠지. 흘러넘치는 자신감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제대 하자마자 백 건은 온갖 돈 되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들어뒀던 적금도 깨고, 허리띠도 조르고 해서 3개월간 죽어라 모은 돈이 오백만원. 자막 없이는 외국 영상 하나 보지못하던 그는, 뉴욕행 비행기를 탈 무렵에는 꽤나 그럴듯한 목소리로 원어민들과 대화가 가능해진 수준에 이르렀다.


3. "나 살거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그의 좌우명은 간단하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아무리 어려운 약속도, 아무리 간단한 약속도. 홧김에 저지른 말이라도 없던것마냥 넘기는 법이 없었다. 아무리 후회하고 귀찮아도 어떻게든 끝은 낸다. 완벽하든 형편없든 결과는 본다. 사소한 실패도 많았고 의외의 성공도 많았다. 갑작스레 변해버린 세상에서 그를 움직이게 한 것 또한 약속이었다.  배낭여행을 떠난지 두달 째 되던 날, 단 하루만에 세상은 엉망이 되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로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어떻게든 돌아갈테니까, 엄마 아빠 아들 잘 살아있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의연하게 답하곤 통화가 끊겼다. 살아있다면 뭐든 되겠지. 지금 그의 목표는 단 하나뿐이다.


[기타사항]


생일 : 12월 14일


직업 : 대학생(휴학 중)


말버릇 : 욕설. 영어를 배웠더니 글로벌하게 욕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행적 :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미국으로 배낭여행을 왔다. 자유의 여신상도 보고, 나이아가라 폭포도 들르고. 백악관 앞에서 사진도 찍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레 세상이 뒤바뀌어버렸다. 특전사에 가기 위해 그리도 몸을 단련하고, 합격해 2년간 고생했던 보람을 여기서 이렇게 느끼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 그는 한국으로 돌아갈 방도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현실은 육로나 항로가 운행하는지 여부는 둘째 치고, 그 곳까지 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지하철은 끊기고, 차는 소리가 나니 좀비들이 쫓아오고. 자유의 나라 답게 총기소유도 자유로운 미국이었지만, 제가 들른 총포상들은 하나같이 털린지 오래이거나 좀비들 투성이였다. 할 수 없이 어느 골목에서 주운 각목에, 어느 가정집에서 찾은 식칼을 단단히 고정했다. 좀비라도 사람 형태인지라 처음 찌른 날에는 밤잠을 설쳤지만 지금은 꽤나 익숙해졌다.


흡연가. 현재는 담배가 다 떨어졌다. 홀로 라이터만 달각거리고 있다면 담배가 피고싶어 죽겠다는 표시이다. 강제로 금연중이라 담배 냄새만 맡아도 눈이 돌아간다.


운동을 상당히 잘 한다. 몸쓰는걸 본인이 좋아하기도 하고, 자주 해왔어서 인지 몸으로 하는 일은 무엇이든 자신이 있다. 태권도니, 검도니 하는 이런저런 무술 단증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주무기/보조무기]


<식칼을 단 각목 >

-1m가 조금 안되는 원형 각목. 어지간한 사람 팔뚝만한 두께로 상당히 단단해보인다. 끝에는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칼을 나사 등을 이용해 잘 고정했다. 반대 부분은 베이지색 천을 돌돌 말아 잡기 편하게 만들었다.




[소지품]


커다란 배낭 :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여행용 백팩. 검은 색이라 먼지가 묻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반창고 : 5개. 평범한 반창고다.

-시계 : 중소브랜드 제품. 짙은 갈색의 나무판과 가죽 스트랩으로 구성되어있다. 왼손 손목에 차고있다.

-천 옷 : 평범한 검은 색의 옷 여분.

-라이터 : 은색의 지포라이터. 기름이 꽤 남아있다.



[스텟]


[힘]





[민첩]




[운]



 

[선관]


-



선관 동시합격 여부


X




[비공개 프로필]


<가족관계>

외동 아들. 부모님은 현재 시점에서는 생사가 불분명하다.


<비밀 소지품>

-초콜릿 바 : 든든한 아침식사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간식. 단 한개, 비상시를 대비해 남겨두었다.


<버려두고 온 것>

좀비 사태가 벌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약탈자들이 보기에 그는 꽤나 그럴듯한 먹잇감이었을 터였다. 홀로 돌아다니는 외국인, 총도 무기도 없지. 그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무조건 홀로 움직이자는 것이었다. 가끔은 총소리를 들었다. 사람의 비명소리도 들었다. 좀비에게 물어뜯긴 이는 또 다른 좀비가 될테니 시체가 남지 않을테지만 널부러진 시체를 몇 구 마주한 적도 있었다. 누군가를 마주할까 싶어 숨어 다니기에 바빴다. 인생에 운의 양이 정해져있다면, 그는 그 짧은 기간동안 최소 10년 분의 행운을 끌어다 썼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한번은 건물 옥상에서 옥상으로 이동하던 때, 어디선가 소리를 들었다. 골목을 내려다보니 무언가 짐을 옮기던 사람이 둘 있었다. 그들이 든 상자를 보니 통조림이 들어있었다. 아, 부럽다. 저거면 한달은 먹겠는데. 침을 삼키다가 상대와 눈이 마주했다. 어, xx, 제가 욕설을 중얼거림과 동시에 상대는 기겁한 눈으로 총을 꺼내들었다. 좀비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사람이란걸 알면서도? 옥상에 납작 엎드리는 사이 우당탕, 통조림들이 사방으로 구르는 소리가 났다. 그들이 저를 쏘기 위해 상자를 허공에서 놓아버렸으니 당연한 결과였지. 사방에서 곧 끔찍한 좀비소리들이 들렸다. 조금 전의 제가 중얼거렸던 것 마냥 욕설을 몇번 내뱉던 그들의 목소리는 온갖 소음에 파묻혔고, 백 건은 당연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안전한 곳에 도착하고 나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 사람들은 괜찮을까, 보다 다시 가면 멀쩡한 통조림을 주울 수 있을까, 였다.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 겁이 덜컥 났다.

아무리 살고싶어도 그렇지, 내가 이런 새끼였나?

아무리 정신나간 상황이어도 최소한의 것은 버리지 말자. 혼자 있지 말고 같이 살 사람을 찾자. 영화같은데선 이런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인간들 한 둘 정돈 있던데. 그때부터 백 건은 사람을 찾았다. 붉은 색 스프레이를 쫓아간 건 그에게는 상당한 도박이었다. 도박에 참여하는 여느 도박꾼들처럼, 그는 상당히 절실한 심정이었다.



[캐입 질답]


1. 전에 살던곳은 어떤곳이였나? 편하게 말해보게나.


나는 영등포...... 영등포 알아? 모르겠지? 한국에서 왔는데. 아. 북한 말고, 남한. 이거 꼭 물어보는 사람 있더라고. 아무튼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곳이냐면. 거... 우리 나라는 별명이 하나 있거든. 헬 조선이라고. 헬은 당신도 알고있는 그 헬이고, 조선이란건 한국의 전 이름인데. 그러니까 다들 지옥이라고 불렀다 이거야. 사람들이 돈은 안벌리지, 직업은 없지. 다들 다른 나라로 가서 살고싶다고 했어. 나도 그랬고. 근데 난 지금 미국에 있잖아? (너와 시선을 마주하곤 제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나는 엄청 돌아가고싶어. 가서 가족들도 만나고싶고, 친구들도 만나고싶고. 아이 씨, 그냥.......

(그는 미간을 찌뿌렸다. 제 손으로 벅벅 머리를 긁다가, 이내 낮게 한숨 쉬었다.) 그냥 존x  좋은 곳이야. 



2. 이곳에 도움을 줄수있다면 어떠한 일을 할수있지? 물론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해서 내치지는 않을걸세.


나 체력 진짜 좋아. 형씨, 볼래? (말하며 그는 제 소매를 걷어부쳐 팔을 내보였다.) 내가 말야, 한국에 있을때는 군인도 했어. 군인말야, 군인. 그냥 군인이 아니라 특전사였다고. 특전사가 뭐냐면, 한국 군대에서 제일 센게 특전사야. 난 요리도 할줄 알고, 힘도 세고. 총도 좀 쏠 줄 알아. 그리고 시키면...... 사람은 안되고. 좀비정도라면 잡을 수 있는데. 이정도면 좀 쓸만한가? 이런 상황에선 힘쓰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잖아. 안그래?



3. ...감염이 된 동료를 사살처리하는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그래?


(질문을 듣고, 그는 잠시 굳은 표정으로 너를 바라본다. 이내 시선을 떨구곤 한번 깊은 한숨을 토했다.)

감염 됐다는건 어짜피 그건 좀비잖아?

......

시키면 좀비정도라면 잡을 수 있어. 아까도 말했듯이.





구원은 없었다. 우리들의 힘으로 개척할뿐.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사람에 대하여  (0) 2018.08.10
1. 고기에 대하여  (0) 2018.08.10
에이든두고 쥬근 썰  (0) 2018.08.10
도어.  (0) 2018.08.10
#가짜_왕_앤캐와_맹세하는_자캐  (0) 2018.08.08




     "난 어떡하면 좋아?"


     흐릿한 시야 속 제 친구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는 항상 울었다. 제가 떠난 후로 종종 홀로 눈시울을 적셨다. 내가 널 울게 하는 친구구나. 웃게 하는 친구가 되고싶었는데. 백건은 손을 뻗었다. 어둡고 흐린 공간 속, 제 투명하던 손은 간신히 꿈의 자락에 걸쳐 제 친구의 어깨에 닿았다.



     죽지 말걸 그랬어. 미련은 제 발목을 붙잡은채 이승에서 놓을줄을 몰랐다. 그는 망자가 되어 배회했다. 제 시신을, 장례를, 애도를, 슬픔을, 흑백 영화는 그의 앞에서 끝없이 흘러갔다. 이 영화를 보다 잠들면 나는 영영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근원을 알수없는 예감은 본능과도 같았다. 그는 아주 조금만 영화를 더 감상하다, 안심하고 눈을 감을 생각이었다. 어짜피 저는 이제 스크린 너머의 관객이 되어  더는 영화속에 관여할 수 없기에.

     눈을 감으려 할때마다 울음소리가 들렸다. 제 친구가 눈에 밟혀 도무지 떠날수가 없었다. 울지마, 밥 잘 먹고. 위험한 짓 하지말고. 기어이 스크린너머에 손을 뻗어 위로해도 소용이 없었다. 점점 지쳐가는 친구를 보며 할수있는게 아무것도. 제 복수랍시고 목숨을 거는 모습은 차라리 저를 기억해달라고 했던 말을 번복하고싶을정도로, 위태롭고. 불안하고. 두렵고.



     여기로 오지 말라고. 네 자리는 여기에 없어, 내가 다시 밀어낼테니까.



     "영원, 에이든. 야."

     부모잃은 미아를 본 일이 있었다. 수많은 인파 속, 아이는 갈곳을 잃은채 가만히 서서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나 여기 있어, 나를 찾아줘. 불안섞인 울음은 소중한 이를 제 곁으로 부르고있었다. 제 앞의 친구는 꼭 그같았다. 하지만 한번 손을 떠난 풍선은 훨훨 날아가 다신 돌아오지 않아. 네 손을 잡아줄 부모님은 더이상 내가 아니야. 너는, 여기에 나를 두고 가야해.

     "날 잊어. 네 친구, 백건은 죽었어."

      그러니까, 나는 더이상 너를 찾아올일 없을거라고. 네가 기어이 스크린너머로 손을 뻗어도 나를 볼 일 없을거라고. 속삭이는 소리는 네게 잘게 벼려진 비수를 한가득 꽂아넣었다. 나는 네가 아프기를 바라. 상처받기를 바라. 그리고 죽지 않기를 바라. 계속 아프다 죽을거라면 내가 없는게 낫지 않을까. 끝까지 이기적인, 빌어먹을 자식으로  남는게 낫지 않을까.

     "내가 너를 죽이게 하지 마. 나때문에 네가 죽는다면, 그건 내가 네 목을 조른거랑 같은거야. 나는, 네가…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건. 그렇게 죽으라고 한게 아니란걸 알잖아. ……약속도 다 어긴 이런 새끼가 뭐가 좋다고 계속 친구로 생각하고 목숨까지 거냐고. 살아, 영.  내 몫까지."

     이렇게 말하면 너는 나를 이해해줄까. 이해하지 못한대도 어쩔 수 없었다. 그 움츠러든 어깨를 가만히 끌어안은채로, 그는 이젠 전할 수 없는 온기를 보내고 또 보낼 뿐이었다.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사람에 대하여  (0) 2018.08.10
1. 고기에 대하여  (0) 2018.08.10
[프로필]백건  (0) 2018.08.10
도어.  (0) 2018.08.10
#가짜_왕_앤캐와_맹세하는_자캐  (0) 2018.08.08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사랑해.





     그래, 솔직하게 인정하자. 나는 돌려말할줄 모르는 놈이야. 배배꼬아 말하는 이야기들도, 거짓말을 덧칠해가며 진심을 숨기는 말들도. 나는 그딴거 모른다. 어찌 말하면 직선적이고, 어찌 말하면 단순하고. 그게 네가, 그리고 모두가 아는 백건이겠지.

     그런 내가 용케도 숨겼다. 이정도면 정말 잘 했다. 솔직히, 제가 배우가 되었다면 남우주연상을 탔을거다. 내 생에 이렇게나 끈질기게, 오랫동안. 뭘 숨겨본일이 없었는데. 그걸 네가 해내게 했다. 축하해, 도어. 이 모든건 네가 만들어낸거야.

     어느날 밤, 우리는 홧김에 입을 맞췄고. 홧김에 몸을 섞었고. 홧김에 종종 밤을 함께하는 섹스 파트너가 되었다. 야, 진짜 홧김에 한거 맞아? 제 속에 무언가가 물음을 던졌다. 그럼, 그냥 그런 분위기 있잖아. 좀 눈 앞에 사람이 예뻐보이고. 존나 좋아보이고. 막, 성적으로 달아올라서. 아, 이 사람이랑 하고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때가. 검은 대답을 덧칠했다. 꽤나 그럴듯한 흰 빛깔을 칠하니 짙은 회색이 되었다.

     그러니까 그런거야. 내가 욕구불만이라고. 도어를 볼때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것도. 그 입에 제 입을 맞추고, 목에 흔적을 남기고. 전부 제 것으로 삼켜버리고싶은 이 욕심도. 그냥 내가 쌓여서.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리고 아마 도어도 같은 이유일테니까. 그러니까 이 속에 까만건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말자. 섹스 파트너, 이정도 색깔이면 꽤 그럴듯한 회색이 아닌가. 제게는 참 잘 어울리는 색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까만 말을 삼켰다. 도어, 도어. 도어 블레이크. ■■■. 온통 거짓말로 덧댄 본심은, 그대로 억누르기만 한다면. 도어에게도 제게도 부담되지 않고 영영 숨긴채로-.

     사랑해.
     어라.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제 속이 온통 검은 물결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거, 언제 이렇게 자란거지?





     처음 제 속의 검은 물방울을 발견한게 언제더라,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래, 처음에는 아주 작았다. 너는 내게 존나 이상한 친구였고, 저는 네 그 빌어먹을 탈을 벗긴다고 몇날몇일을 네게 매달렸다.

    형씨는 안죽을 자신이 있슴까?

     네 그 아슬아슬한 말이, 네 정체에 대한 호기심보다도 더 강렬하게 날 잡아당겼어.
     생각해보면, 이 물방울이 똑 하고 떨어진건 그때였을거다.



     살아돌아오는건 정말로 쉽지 않았지만, 해보니 어렵지도 않았다.
     처음엔 머리에 정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일생을 하고픈대로, 깊게 머리쓰는 일 없이 살아왔던 사람에게는 문 하나 열기 전 고민하는것 하나가 너무도 힘들었다.

     아니 옘병, 쪽수가 무슨 상관이야? 이기면 되지.    일단 우리쪽 상황도 생각해보고. 빠져야 할것같으면 빠지자. 
     문? 그냥 열고 들어가면 되잖아. 뭘 소리를 들어?   먼저 노크부터. 혹시나 안에 좀비가 있을지 모르니까, 문 하나를 열때도 조심히 열자.
     방어? 귀찮게. 원래 먼저 죽인놈이 이기는거라고.  이긴놈이 죽인놈인거겠지. 위험하면 사릴줄도 알아야해.

    제 생각들에 취소선을 죽죽 긋고 새로 고치는 일은 여간 힘든게 아니어서. 아, 젠장. 뭐가 이렇게 어려워?? 그냥 다 x까라그러고 하고싶은대로 해버려? 속에서 귀찮음이 밀려올때마다, 저는 그 얇은 물방울의 파문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안죽기로 약속 했잖아. 살자. 살자고. 까짓거 어려운 일 아니잖아. 친구가 죽지 말아달라는데.

     친구가. 물방울이 또 떨어졌다. 탈을 벗고 말갛게 웃던 너는 참 눈부신 색이었다. 아니,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랬다. 네가 너무도 반짝거려서 나는 웃었다. 꼭 너다운 빛깔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네가 내놓고 탈을 벗고다니기 시작할 무렵에 가장 먼저 그 모습을 본게 나라서 기뻤다고.

     너는 참 눈부셨는데도, 이상하게. 너는 어딘가 위태로운 구석이 있었다. 탈을 벗으니까 알겠더라. 너는 눈물이 참 많았고, 참 약했다. 그날, 우리 모두가 울었던 날 깨달았다. 너는 나를 위로해줬지만, 동시에 네가 발디딘 구석이 없어보였다. 얇은 판자 위에 서서 호수를 건너는 사람같았다. 판자 하나가 뚝, 떨어져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남은 판자중 하나인 나는, 네가 조금만 흔들려도 저 깊은 어둠속으로 빠져버리겠구나. 그런 두려움이 치밀어올랐고.

     글쎄, 그리고 또 너에 대한 기억은. 생각해보면 물의 갯수는 셀 수 없는 노릇이지. 언젠가 네가 내게 떨어뜨린 물방울들은 한방울, 한방울의 무게를 지니고있었지만 제 속에 모인 것들은 그저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그때, 네게 죽을거라면 같이 죽자고 말했던 때. 나는 네가 언젠가 죽을거라고 생각했다. 판자들이 더 빠져, 네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대로 호수속에 잠겨서 영영 사라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네게. 진짜 x같고 못견디겠다 싶으면 말해달라고.
    
     왜?
     좋아하니까.
     왜긴, 그녀석 수장에 나도 참여하려고 그런다. 태연하게 웅덩이로 떨어지는 물을 바라보았다. 고장난 수도꼭지는 이유없이 물이 흐르는 법이었다. 그냥, 너에 대한 마음이 쌓여갔다. 이유는 모른다.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구차하잖냐. 그냥 졸졸 흐르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이 색을 뭐라고 부르더라? 검정이었던가. 탁한 색은 도무지 속에 뭐가 담겼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저는 웅덩이를 그림자처럼 숨겼다.

     그림자는 항상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제 속의 까만 웅덩이도 항상 제 뒤에 숨어 저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커져가는걸 알지 못했다.
     어느덧 돌아보니 꽤 큰 우물이 되어있었다. 속을 들여다보면 깊은 곳까지 검은 물이 한가득 찰랑거렸다. 나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었다. 네게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두레박을 들여다보니 물을 담은 제 손의 손금조차 보이지 않을만큼 까맣고 탁해서. 가만, 이대로 주면 안되지 않을까?

     도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반대편이 들여다보이지 않는것은 무섭다. 까만 물은 거울같았다. 거울 너머에 네가 서있을까? 내가 너를 보듯이, 너도 나를 보고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저는 편하게 부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네가 지닌것은 이보다 밝고, 꼭 네 푸른 눈처럼. 서늘하게 시린 호수겠지. 까만 색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금세 탁해질만큼 투명하고 맑은 색일거야. 그러니까 이 거울 너머에는 네가 없을거야. 너는 아주 푸른 빛이니까.
    




     야, 백건. 너 진짜 멍청하다. 너와 첫 관계한 다음날, 실은 저는 제 멍청함에 아주 한탄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닌가? 똑똑한건가? 그 왜, 몸정이 마음정 된다고. 이걸로 도어가 점점 날 좋아하게 될지 누가 알아. 아주 자의식과잉이다 못해 미쳤냐? 제 속은 수십명의 백건이 나뉘어 싸우고있었다. 좋아한단 소리는 못할망정 섹스 파트너? 아주 지랄을 해라. 그래도 좋았잖아. 안그래? 이대로면 앞으로도 도어랑 계속 관계할 수 있는데. 급기야는 정신나간 논리로 제 선택을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야, 도어.
     내가 암만 분위기 탄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아래에서 그렇게 울것같냐고.
     암만 섹파여도 내가, 그렇게 쪽팔린 짓들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 말을 그렇게 잘 들을 것 같냐고.
    
     너는 딱 한마디만 하면 된다.
     건아.
     그러면 나는, 말 잘듣는 개새끼마냥 네 앞에 무릎꿇고 발가락이라도 핥을 수 있는데.
     사랑해, 도어.
     나는 내 생각보다, 거짓말하고 연기하는데 도가 튼 모양이지.
     근데, 이 연기. 대체 언제까지 해야하냐?
     가늘게 늘어나버린 무언가가, 뚝. 끊기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해.
     도어.
     사랑해.
     검고 깊은 호수 속에 손을 뻗었더니 잡히는 감정이 너무 많았다. 너를 볼때마다 장마철의 강둑마냥 흘러넘쳐, 이제는 더는 숨길수가 없었다. 내 선택이 잘못됐나? 아니, 후회하지 않아. 너를 볼때마다 입맞추고싶고, 네 목에 잔뜩 흔적을 남기고싶고. 네 모든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싶고. 내 모든것을 네것으로 만들어주고싶어.
     있잖냐, 도어. 너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어. 꺼내고싶던 말을 참는 것도 고역이었다. 이정도면 오래 참지 않았냐고, 아직도 더 들어가있어야 하냐고. 제 목을 긁으며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말은 검은 빛을 띄었다. 네 곁에서 잠들때마다 수도없이 흔들려온 검은 파도였다. 그걸 하얗게 칠하고, 하얗게 문지르고. 또 지워서 간신히 회색 언저리로 만들어 네게 건넸다. 그때마다 제 속은 일렁였다.
     그냥 말하자. 한번정도는 농담이라고 할 수 있어. 아니, 농담이라고 하기 싫어. 그냥 내 속을 보여주고싶어. 너는 나를 마주보고있을까? 내가 이 말을 하면, 네가 곤란한 표정을 짓지는 않을까. 그러면 나는 애써 웃으며 농담이야, 임마. 말해야할까.

     생각해봤는데, 난 그러기 싫더라.
     그래서 말했다.

     야, 사랑해.

     새카만 파도가 제 속에서 빠져나왔다. 처음으로 내비친 검은 속내였다. 거울이 흔들려 유리창이 되었다. 반대편을 틀어막던 가림막을 드러내고, 그 너머에. 푸르고 시린 빛깔의 네가 서있었어.

     ...아.

     네가 웃었어.

     도어, 도어. 그 이름이 내게 지니는 의미를 너는 모르지. 네 눈빛이, 네 손길이 내게 지니는 의미도 너는 모르지. 그래서 보여준거야. 알아달라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도어 블레이크. 너를,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고있다고. 꽁꽁 숨기고 싶었는데,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그래서 드러내버렸다고.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을때, 네가. 마찬가지로 날 보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지금. 내가 어떤 심정일지 너는 상상도 못할거라고. 미친듯이 제 속을 때리는 이 검은 파도들을 봐달라고, 내 가슴에 네 손을 얹었어.

     도어.
     너는 나를 살게해.
     그리고 아마, 너는 나를 죽게할거야.
     너는 나를 다 가지고있어. 내 목숨조차도.
     전혀 아깝지도 않아. 네가 가진다면 그걸로 됐어. 너한테 다 줄게.
     그러니까, 사랑하는 도어. 

     내 곁에 계속 있어줄거지?








미치겟네 안녕하세요 리프님 저희 아이가 귀하의 아이를 사모하고있어 답록을 이렇게.............................
님아,,,,,,,,,,,,,,,,,,,,,,,,,,,,,,,,,,,,,, 제가 티알 왜 키퍼하는법 배우려고 티알북 샀게요,,,,,,,,,,,,,,,,,,,,,,,,,,,,,,,,,,,,,,,,,,,
제가 왜 도어랑 건이 썰 붙잡고 섹파 오피셜 하자고 얘기했게요,,,,,,,,,,,,,,,,,,,,,,,,,,,,,,,,,,,,,,,,,,,,,,,,,,,
제가 도어를 매번 사랑한다고 말한 이유는요,,,,,,,,,,,,,,,,,,,,,,, 건이로 말못해서에요,,,,,,,,,,,,,,,,,,,,,,,,,,,,,,,,,,,,,,,,, 건아 엄마가 니가 하고싶은 말 대신 해줬다 입금해라 알지,,,,,,,,,,?
리프님 오래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지금,,,,,,,,,,,, 지금 급하게 갈겨서 답록을 보냅니다 진짜 혼란스러운 글이다 건이가 알고보니 도어도 자길 사랑하는구나 깨달아서 대충격받았다구 생각해주세요,,,,,,,,,,,,,,,,,,, 건이 심장마비 오면 어쩌지 정말 행복해한거 농담 아닌데,,,,,,,,,,,,,,,,
그리고 중간에 회색 글씨들 보시면 대충 감을 잡으시겠지만...... 정말 쓸모없는 TMI지만 여기다가도 흰 글씨 조금 넣어놨어요 긁어보세요,,,,,,,(갑자기생각나서덧붙이는데 이거 장난해둔거 아니에요 저 여기 제목부터 막줄까지 전부 진심이에요 거짓말 하나도 없어요
아 나 진짜 도어 사랑해서 어쩌지? 도어 내 관캔데? 어? 어?? 어????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꿈같으니까 저는 자고올게요 이야 행복한 꿈이다~!~!~~!!








'자캐 > 백 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사람에 대하여  (0) 2018.08.10
1. 고기에 대하여  (0) 2018.08.10
[프로필]백건  (0) 2018.08.10
에이든두고 쥬근 썰  (0) 2018.08.10
#가짜_왕_앤캐와_맹세하는_자캐  (0) 2018.08.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