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사나를 바라보았다. 조금은 창백하게도 보이는 얼굴에 톡 건드리면 바스러질 것 같은, 마치 유리로 된 것 같은 모습. 그 속에는 작은 불꽃이 일렁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하게 활활 타오르는 빛. 하지만 어쩌면, 그 불꽃의 빛에는 유리에 비친 제 눈색이 조금 섞였던게 아닐까 하고.


     이디스는 새장속에 갇힌 새처럼, 그 저택에 갇혀있었다. 양녀라는 자리는 말뿐인 허울이었다. 희귀하고 어린 이리즈나. 저택의 모든 이들은, 그녀가 양녀가 아닌 제 주인의 새롭고 비싼 인형이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정말로 모든 이가. 이디스를 포함해서.

     이디스는 자유로워지고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도망친 이들의 말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도망가기만 해서는 안돼. 그 후에도, 계속해서 안전해야해. 하지만 성인도 되지 못한 무지한 인형이, 그런 계획을 티끌이나마 세울 수 있을까? ......이디스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여신님의 구원이라고 할 수밖에.

"-이사나님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여신님의 은총을 받았기에 살았어요."

     우연히 서재에서, 사제에 대한 책을 찾았다. 이디스는 책을 숨겨 가져와 읽고 또 읽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마력. 마력을 아주 조금만 변형시키면 신성력이 되고, 그 마력과. 타인을 위한 자애와. 여신님을 향한 믿음. 그 세가지로 발휘되는 기적. 그 기적을 다루는 사제. 이디스의 눈에 박힌 것은, 그 다음의 내용이었다. -이스나는 내지로 갈수록 타지인의 출입에 배타적이다, 이스나는 신성한 여신님의 땅이기에 중립지역이며, 어느 나라도 함부로 권력을 행사하려 하거나 섬 내에서 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 아. 이거구나. 자유로워질 방법. 그날부터, 이디스는 사제를 꿈꿨다.

     성인이 될 때 까지, 이디스는 죽은듯이 저택에 묻혀있었다. 누구도 이디스가 몰래 사제와 여신님에 대한 교리를 공부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열여섯이 되던 해, 사제시험이 있던 그 해. 늦은 밤, 이디스는 저택을 빠져나왔다. 민들레 홀씨를 다루는 제 능력을 이용해, 경비병들의 눈을 가렸다. 이디스의 계획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이디스는 마침내 이스나에 도착했고. 시험을 통과해 수습 사제에서 정식 사제가 되었다. 사제가 된 이디스는 안전했다. 특히 이스나에 있는 동안에는. 


    "...불경한 말이지만, 사실... 저는... 이곳에 온전히 저를 위해 왔어요. 여신님께서 봉인되셨기에 이 모든 재앙과 불행이 일어나는 거라면, 제게 더 불행이 오기 전에. 모든 순리를 제자리로 돌리고 싶다고요. 그리고... 이곳에서라면 제 존재가치가- 여신님께서 제게 내린 사명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사명감 때문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가 이곳에 온건, 그 이유 때문이에요. 말을 마친 이디스는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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