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관 한켠은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분주했다. 다만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바닥을 구르던 종이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 종이 위를 거닐던 붓은 점차 그 속도가 붙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오늘의 하루, 잘 보내었는가. 이 자는 맹주와의 비무가 아직도 눈에 선하여 자려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더구만. 하여 잠을 조금 설치기는 하였으나, 그저 기쁘기만 하네.
선계에까지 이 자의 이름이 들어간다면 참으로 기쁠테야. 이 자가 바라는 것은 언제고 그것이니. 나찰천들처럼, 이 무림에 발을 들이는 누구나 그 이름을 알게된다면 좋겠어. 동생들도 알 수 있을정도로 말이야. 소소는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 생각하지만, 이 자의 미궁걸음이 하도 노가다에 특화되어서 말일세. 미궁이 뱉을때까지 피조물을 찾아 헤매는 일은 꽤 피곤하기도 하고. 소소도 돈을 벌고싶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그리 추천할 일은 아니야.
그렇지, 이 전에도 선계의 돈을 무림의 돈으로 매매하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네. 이 자도 팔아본 일도 있고. 하여도 제대로 기반이 잡혀야겠다싶어 보류하였지만 말일세. 돈은 어디에서건 기반이 튼튼하여야 잘 벌리는 법이지.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니 말일세.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 인가? 참으로 크나큰 소원이로고. 이 자는 그저 이 자와 가족들의 행복 외에는 생각하지 못하였는데 말일세. 소소의 소원대로 모두가 웃게 되거든 소소도 내 동생들도 웃게될테지. 꽃이라, 꽃- 함께 꽃밭에 가실텐가? 저번에 주었던 봉숭아 꽃잎 말일세. 어여쁜 봉숭아 꽃밭이 있어. 소소도 좋아할테지.
무림에서의 즐거웠던 기억 말인가? 예선에 오기 이전이라면 역시 무림에 처음 들어왔던 그 날일까. 이 맑은 공기와, 푸른 녹림을 볼 때의 전율 말일세. 무림에 어울릴만한 말투와 지식을 배운 시간들이 조금도 헛되지 않았으이. 되려, 더 공부하지 못한것을 아쉬워하였지. 그리고 팽가의 제자가 되어 걸음할 수 있게 되었을때에도, 이 자의 무기인 야옹이를 처음 마주하였을때에도. 이곳에서의 만남은 어느하나 덜 귀한것이 없었네. 하여 언제고 새로운 일이 일어날적마다 기뻤지. 이 곳의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기 그지없으니 말일세.
소소의 즐거웠던 기억은 어느때일까, 참으로 궁굼하이. 하고 다음 일기는 이전에 소소가 말하였던대로 좋아하는 노래구절이나, 자주 부르는 노래구절은 어떠한가?
오늘도 소소의 하루가 따스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