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름다운 꽃이야, 그렇지?

     제 곁에 앉힌 나무쥐가 신이 나 꽃향을 맡았다. 기실은 꽃이 나무쥐의 향을 맡고있는걸게지. 느긋한 기색으로 백옥만큼 흰 꽃 하나를 따 쥐의 머리에 얹었다. 해바라기 씨앗을 우물거리던 쥐는 또다시 꽃향에 둘러싸였다.

     절경이로고. 실은 그보다 더 나은 찬사가 있을 터이지만, 학식이 짧은 저로서는 생각나는 것이 달리 없었다. 절경이로고, 이 모든 것이. 난신하나 보이지 않는 서늘한 산맥은 그저 아득한 따스함을 자랑했다. 동생들이 본다면 참으로 좋아할터인데. 밤톨이는 온 사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닐테고, 매미는 신이 나 맴맴 노래를 부를테지.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절로 웃음꽃이 피어 몇번이고 실없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몸도, 정신도 온통 다른 꽃밭에 가있었지만 손만은 부지런히 움직여 세개째이자 첫째의 화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것이 왜 세개째이자 첫 째이냐 하면, 그 쥐는 어마어마하게 미적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첫번째 화관. 꽃을 엮어 만들면 되겠지, 그 단순한 생각으로 아무 꽃을 마구 따다가 줄처럼 꼬아보았다. 결론은 비틀어진 줄기들이 사방으로 흩뜨러지고. 그 가여운 꽃의 잔해는 지금 나무쥐의 둥지로 쓰이고있었다. 두번째 화관, 꽃이란 것은 생각보다 연약하구만. 이제껏 보아온 꽃은 죄다 뜯어 입에 넣어보기만 한 사람이 알 리 없었던 깨달음이었다. 새로운 지식을 얻은 이는 이 전보다 조심조심 꽃을 엮어 화관을 완성했다. 그러니까, 자기 손바닥보다 좀 더 큰 정도로. ...아니, 이정도 크기가 아닐터인데? 꽃이 아주 많이 필요하구나. 이번에는 성공하세. 목소리는 여전히 느긋하고도 경쾌했다. 흥얼흥얼, 꼭 노래를 부르는 듯도 했다.

     꽃 한송이 피지 않은 매끈한 줄기 몇개를 둥글게 엮어 태를 잡았다. 어린 애의 머리통에 씌울 크기정도가 되자, 둥그렇고 작은 흰 꽃들-토끼풀이라 이름붙여진 것이었으나, 역시나 학식 짧은 쥐로서는 떠올리지 못한 이름이었다-을 한톨한톨 관에 묶어 한껏 모양새를 냈다. 세번째 만드는 것 치곤 잘 하는게지. 자화자찬은 끊이지 않았다. 예쁘기도 하지, 어여쁘기도 하지.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누군가의 다정한 음색이 섞였다. 예쁘다. 참 예쁜 아이야, □□. 너희는 사랑받아 마땅하단다. 그 목소리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따스하여서.

     새하얀 구름을 만들고는 제 눈가를 슥슥 닦았다. 주책이지, 이젠 다시 못볼 사이도 아닌데. 새하얀 화관은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수수하고 부족한 기운이 들었다. 내 이 것에는, 뛰어난 해결책을 알고있지. 품에서 노오란 햇볕을 한아름 꺼내들었다. 흰 구름 새로 햇볕을 엮어내자 가품이라도 그럴싸한 하늘이 되었다. 그 모양새가 꽤나 마음에 들어 몇번이고 모습을 살폈다. 우리 유채에게도 같은 것을 만들어다줄까. 조막만한 아이 머리통 크기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작은 유채, 그리고 동생들. 구해낸 아이들을 머릿속으로나마 상상하며 한올한올 따스한 것들을 엮어냈다.

     한 송이, 네들은 행복해질게야. 한 송이, 네 들은 울지 않을게란다. 한 송이, 네 들은 혼자가 되지 않을게야. 한 송이, 사랑받는 아이들. 그리고 한 송이.

     유채향이 아득했다. 그저, 만발한 들판이었다.  겨울 속 만발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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